글 쓰는 자의 고충
그런 말이 있다.
글이 꼭 글쓴이의 인격을 닮지는 않는다는 말.
아무리 글이 멋지다고 하여, 그 자의 인성도 바르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20대 초반, 나는 이 말이 당최 이해 가질 않았다. 글은 순수하게 펜을 움직이며, 열정을 다해 '나'를 쏟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단어 사이사이에서도 내 성격이 톡톡 튀어나와, 나는 소설을 써도 일기를 읽는 듯한 기분에 당혹스럽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또한 작가는 경험이 풍부해야 된다고 생각했다-이것은 지금도 마찬가지-. 어디선가 들을 말을 또 인용하자면 "작가는 아는 것을 쓰되 모르는 것은 배워서라도 쓰라"고 했다. 하지만 책으로 혹은 구전되는 이야기는 그저 정보를 받아적는 수준일 뿐, 생생하지 않았다. 확실히 경험과 간접 체험 사이에는 넘지 못하는 벽이 분명히 존재했다. 삶의 모토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느리지만 꾸준히 직업으로서 작가를, 글로 생각을 전달하는 사람으로서 바른 사고 방식을 가지려고 노력해왔거늘. 글이 글쓴이의 인격을 꼭 닮지는 않는다니.
처음에는 조금 충격이었을까.
"아닌데?"
나는 조금 유치하게 홀로 반문했다. 하지만 그 말에 공감한다는 수많은 댓글들이 다수의 생각을 반영했다. 어쩌면 맞는 말일지 모른다. 글자처럼 사기꾼에게 알맞은 도구가 어디 있을까. 기록이란 나를 숨기며 남을 속이기 그다지도 유능한 수단이다. 악용하기 쉽다. 나쁜 마음가짐으로 수십 번 퇴고한 글은, 진담으로 일필휘지한 원고보다 그럴싸해 보인다.
하지만 내 글은 독자에게 진심으로 닿길 바란다. 수십 번 퇴고한 흔적은 오롯이 나만 기억하길. 엉망진창에 진흙탕 길이라 노란 장화 신은 아이들도 피할 것만 같은 내 원고는 나만 알길.
내 글은 나를 닮길 바란다. 내년에 볼 지금의 나는 매번 미성숙하겠지만, 어여쁜 작가를 매년 마주할 수 있도록. 내 소설에 가끔 일상의 위로와 즐거움을 느꼈던 독자 님들께서 내 인성을 알고 실망하지 않도록. 베토벤의 재능처럼 찬란한 그들에게, -비교 대상으로 넣기는 조금 민망하지만- 작가가 쓴 글에 배반하는 행위를 일삼는 나폴레옹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사람이니까,
작가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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