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문턱 넘기
올해 2월. 네 번째 독립출판물을 내고 정신 차리고 보니 벌써 10월 끝자락이다. (내 8개월은 어디에?)
브런치 작가 소개에 소설 <달에서 내려온 전화> 신간을 등록하려고 하는데 최근 3개월 이내에 6개의 글을 발행한 사람만 신간 등록이 가능하다고 하기에, 그렇다면 이 기회에 독립출판 강연했던 내용을 풀어보자 해서 글을 쓰게 되었다.
아래에 이어질 내용은, 지난달 9월에 관악구 서점 '엠프티 폴더스'와 함께 진행했던 4주의 강연 중 <독립출판 문턱넘기>에서 받았던 질문들을 바탕으로 했으며,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해 보았다. 독립출판을 생각하고 있거나, 고민이 있으신 분들께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본다.
Q1. 꾸준한 집필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A. 일단 글 쓰는 걸 좋아한다. 중학생 때부터 짧고 단순하게나마 소설을 계속 써 왔고, 회사도 어떻게든 글 쓰는 직종으로 취직했었으나 결국 '내 소설' 쓰는 길로 되돌아왔다. 퇴고가 지긋지긋한 것과는 별개로 그냥 또 쓰면 좋다. 글쓰기가 천직이라 꾸준히 집필할 수 있는 것 같다. (안전한 월급보다 생계 위험한 작문을 더 좋아하니 말 다 했다.)
Q2. 쓰는 일에 게을러질 때 어떻게 이겨내는가?
A. 게을러지면 예전에는 스스로를 채찍질해 어떻게든 글을 썼는데, 요즘에는 안 써지면 마음껏 놀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글 쓰던 습관이 남아 있는지, 오랫동안 쉬면 결국 마음이 찔리고 조급해져서 금세 타자를 치게 된다. 사실 가장 확실한 특효약은 '마감'이다.
Q3. 독립출판의 비전은 어떠한가?
A. 일단 좋다고 본다, 불안한 것과는 별개로. 사람들은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특히 내 이야기. 그렇게 나를 글로 표현하고 싶은 사람들은 결국 더 멋지고 명확한 '나 표현법'을 찾게 되고, 결국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쓸까?" 하는 궁금증으로 책을 구입하게 되는 것 같다. 독립출판은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독자 및 작가의 유입이 빠르고, 그렇게 시장의 파이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면에서 비전은 밝다고 생각한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출판 관련 워크숍이 이토록 다양하진 않았다. 작가와 동네 서점이 어떻게든 독립출판을 통해 수익을 내고,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찾아낸 돌파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시도가 끊임없이 나온다면 시장은 위기를 잘 극복해낼 것이라고 본다.
나의 돌파구; 네이버 오디오 클립 [크래커스 북]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1083
Q4. 어떤 콘셉트를 잡고 독립출판을 하는 게 나은가?
A. 독립출판의 가장 큰 묘미는 “내 마음대로 한다.” 혹은 “내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자유분방함이다. 때문에 독립출판물은 창작자 개인의 장점을 부각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매번 책을 만들 때면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걸 책에 잘 녹여내고자 노력한다.
Q5. 직장인도 쉽게 독립출판할 수 있는가?
A. 내가 지금껏 진행했던 독립출판 수업의 수강생 대부분이 직장인이었다. 개중에는 수업을 듣고 출판사에 취직하나 분도 계시고, 출판사를 설립해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첫 번째 소설책을 낸 분도 계신다. 다만 '쉽게' 가능하다고 말은 못 하겠지만,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누구든지 독립출판이 가능하다고 본다. 대신 첫 시작부터 책 판매로 생계유지가 가능할 거라고 기대하지는 말고, 경제적으로 비빌 언덕을 미리 만들어두는 걸 추천한다.
[텀블벅 강연] 1인7역 독립출판
https://brunch.co.kr/@tumblbug/133
Q6. 독립출판물을 각종 책방에 입고하고 판매되는 과정은?
A. 일단 책이 나오면 동네 서점(독립출판 취급 서점)에 메일로 입고 문의를 보낸다. 책에 대한 내용과 작가 소개, 표지 및 내지 상세 이미지를 첨부하여 메일을 보내고, 사장님의 답변을 기다린다. 입고가 가능하다는 답신을 받으면 그때 책을 포장하여 직접 서점에 방문하여 전달하거나 택배로 보내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른 정산 및 수수료는 서점마다 다르기 때문에 미리미리 체크해 두는 것이 좋다.
Q7. 어떤 프로그램으로 편집을 하는가? 편집 방식 또한 궁금하다.
A. 편집은 어도비 인디자인으로 한다. 사실 인쇄소에서는 파일 형식이 PDF이기만 한다면 뭐든 인쇄해준다고 알고 있다. 다만 나는 처음 배운 게 인디자인이라 이 편집기를 쓰고 있다.
편집하는 방식은 다른 디자인 전공자의 블로그를 참고하시길 추천드린다.(죄송합니다) 나는 비전공자이다 보니 편집하다 모르는 부분이 생기면 검색을 해보고, 좋은 아이디어가 안 떠오른다면 서점을 방문해 진열된 책들의 다양한 레이아웃을 구경해서 나중에 신작을 낼 때 변용해 보는 편이다.
Q8. 기획할 때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시하나?
A. 원고, 식자 편집에 대한 계획을 뺀다면, 비주얼적인 요소로는 "책의 메시지와 잘 맞는 표지를 빼자"인 듯하다. 나는 3년 넘게 독립출판을 하면서 매년 몇 부수를 판다, 이런 가늠이 되기 때문에 그 패턴 안에서 가장 글의 주제를 잘 드러내는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대신 조금 욕심 내고 싶은 부분은 텀블벅 펀딩 공약으로 내걸기도 한다. 예를 들어 최근에 낸 소설 <달에서 내려온 전화>의 경우 펀딩 150% 달성 시 일러스트 삽화 의뢰를 맡긴다거나, 이 정도의 즐거운 가정은 세워두는 편이다.
글지마 소설 <달에서 내려온 전화>
https://tumblbug.com/geuljimazsecfiction
Q9. 독립출판을 진행하면서 가장 어렵다고 느껴졌던 시행착오는?
A. 책은 외형을 변형하기가 참 힘들다. 책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어가는 네모 반듯한 종이 묶음'이라는 틀에서 재미있는 시도를 해보고 싶은데 가독성이나 물성 등을 따지다 보면 그게 참 어렵다. 표지 코팅을 하지 않는다거나, 별색을 추가하는 등 후가공을 특이하게 하다 보면 발생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Q10. 이 수업에서 꼭 나와야 하는 질문인데 나오지 않은 것을 집어서 대답 부탁한다.
A. 힘들었던 이야기를 해 드려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어느덧 4년 차가 됐지만, 초반에는 꽤 우울한 나날을 보냈다. 지금처럼 사람들이 독립출판에 관심을 주지 않았고 수업이나 워크숍을 진행하려는 움직임이 적은 때였다.
주변에서는 "독립출판이 뭐야?"라고 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근데 그 시장에서 창작자로 지내겠다니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반대를 했겠는가. 그래도 나는 소설책을 만들고 싶었고, 악으로라도 버텨야겠다고 생각했다. 실정이 이렇기에 작가님들 중에 투잡 뛰는 사람이 정말 많다. 경제력은 창작의 가장 큰 기반이기도 하고, 건강한 몸과 정신의 충족 요건이기도 하기 때문에 여러분들은 너무 스스로를 괴롭히며 창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글을 안 쓰면 죽을 것 같다!" 그런 분들이 아니라면 조금은 창작을 지속할 수 있도록 경제력이 바탕이 되었을 때 본격적으로 시작해도 괜찮을 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 프로그램은 엠프티폴더스와 함께 진행했습니다.
귀한 기회를 주신 사장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