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드로잉

색연필 정물화

작은 사물 그리기

by 글지마




색연필을 쓰는 법에 꽤나 익숙해졌을 때, 색연필로 사물을 정교하게 그리는 수업이 시작되었다. 색연필로 색칠을 한다는 것은 무척 무서운 일이다. 챠콜처럼 지울 수도 없을 뿐더러, 흰색을 쓴다고 해서 파스텔처럼 내가 원하는 색이 바로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수업 자체에 대해서 부담으로 압박을 느끼고 있을 때, 교수님은 흰 종이를 나눠주며 colored pencle (long-term)을 위한 흰 종이를 나눠줬다. 그곳 위에 여러 작은 사이즈의 사물을 나열하곤 그것을 그리는 아주 단순한 수업이었다. 하지만 처음 시작조차 하기 싫은 이유는 뭘까.


P20160222_161136814_FB21CD1A-A186-477F-8554-78B7AC1FC70D.JPG 수업 중 학생이 가져 온 리프트에 올라 탄 교수님의 모습


다른 친구들은 벌써 사물 배열까지 끝내고, 연필로 underdrawing까지 하는데, 나는 가져온 것들을 제대로 놓지도 못한 채 멍만 때리고 있었다. 그릴 대상이 스케치북보다도 낮은 곳에 있어 목도 아프고, 내 물건들 색감이 조합이 되지 않아 여러 가지로 불만이 있었다. 그런 불편한 요소들이 모여 결국 그 날, 나는 아무것도 그리지 못한 채 수업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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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주말에 나와 생각한 구도. 뭔가 색감이 맞진 않지만 조명을 설치했을 때 볼만은 해서 그냥 이렇게 그리기로 결정했다. 원래는 사물을 처음 그리기 시작한 월요일 수업 이후, 수요일까지 사물 underdrawing을 마치는 것이 숙제였지만 수요일 날, 날씨 때문에 학교 휴교령이 내려졌다. 그리고 나는 교수님의 말대로 그림은 underdrawing까지만 마친 채로 다음 주 월요일 수업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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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일주일 동안 내가 했던 숙제는 이 정도다. 하지만 나보다 성실한 다른 학생들은 거의 완성을 한 사람도 있었다. 내 그림에 대한 critical이 오기 전까지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교수님은 약간 당황한 눈빛으로, 'really good start'라고 말하곤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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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한 번 시작하고 나면 빨리 그리는 편이라 나는 월요일 수업 때는 꽤나 많이 그리고 교실을 나설 수 있었다. 색연필로 정교한 물건을 칠하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 엄청난 집중력을 요한다. 그렇기에 길면 3시간까지 하루에 조금조금씩 색칠해 나가야 완성도 높은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게으름 병에 걸렸던 나는 숙제를 안이하게 했고, 그 결고 주말 동안 그림을 완성하는 데 7시간을 소비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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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7시간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점심과 저녁을 교실에서 먹었으니 그 정도 시간이 되지 않았나 싶다. 교수님은 언제나 내 그림을 보면서 말한다, 한 사물에 너무 집중하지 말라고. 나는 언제나 한 가지를 다 하면 다른 것으로 넘어가는 습관이 있다. 교수님이 말해주기 전까지는 습관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초등학생 때부터 그림을 혼자 그려왔기 때문인지 잘 고쳐지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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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이번 그림에서도 정말 그리기 싫은 팔찌가 마지막으로 남았다. 팔에 차고 있을 때는 너무도 사랑스러운 팔찌지만, 정말 도화지 위에 있는 팔찌는 꼴도 보기 싫었다. 하지만 그 재질로 인해 그만큼 색을 특출 나게 표핸해줘서 그리기는 더 수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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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완성하고 느낀 것은, "역시 시간에 쫓겨 좋은 게 나올 수 없구나"였다. 더 노력을 쏟는다면 더 좋은 것이 나왔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그래도 다음에 또 그렇게 쫓기듯이 그리는 데는 변함이 없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검정 립스틱과 주사위가 많이 아쉬웠다. 교수님이 보기에도 마찬가지였는지, 초록색 네일의 컬러 mixing은 괜찮았지만, 립스틱이 뭔가 부족하다고 하셨다.


정말 시작하기도 싫었던 프로젝트였지만, 그려놓은 빨대나 연필은 꽤나 사실적으로 보여 최종적으로는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택배로 한국에 보낼 때도 가장 신경 썼던 그림인데, 잘 도착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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