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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지마 May 12. 2016

11장_같은 대학 생활, 다른 디테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다른 점 찾아보기




어느 나라에 머물고 정착하든, 새로운 것엔 금방 무뎌지기 마련이다. 


미국에서의 대학생 생활도 점점 익숙해지니 한국에서와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다. 수업을 듣고 시험공부를 하고, 친구들과 밥을 먹으며 기숙사에서 잠들었다. 하지만 두 생활은 디테일에서 차이가 존재했다. 




  

  일단 첫 번째. 시험공부하기. 


솔직히 말하자면,  미국 1학년 수업이 한국 1학년 수업보다 과제량이 적고 점수를 받기도 쉽다. 시험 기간에 죽어라 공부하지 않아도, 열심히 참여만 한다면 교수님이 자주 뿌리는 extra credit(1 credit 당 시험 점수 1점을 올려주는 보너스 점수)를 잘 모은다면 B에서 A로 성적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왠지 기회가 많은 느낌이다. 


그렇다고 미국 시험이 무척이나 쉽다기 보단, *한국 시험이 너무 집요하게 군다는 게 내 의견이다. 모든 교수님들이 그렇지는 않지만, 가끔 그런 분들이 계신다. 


*한국인 친구들이 공부를 아주 미친듯이 하기 때문에 분별력을 위해 그런 문제를 내셨을 수도 있겠지만



뭐 이런 거까지 시험에 내지?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분들. 나는 영문학을 정공하면서 문학에 대해 심도 깊게 읽고 비평하며 작품에 대한 나만의 생각을 성립하기 전에 -4학년 수업이 주로 그랬고 간간이 1학년 때도 있었다- 유명한 작가의 이름 스펠링과 줄거리를 외웠다-영문학개론, 아직도 이가 갈린다-시대 별 영문학 작품의 특징을 죽어라 외워서 A3 시험지에 레디 땅하면 토해냈다.


물론 졸업하는 게 아쉬울 정도로 명강의를 들려주신 교수님들도 많았지만, 그분들 수업은 수강 신청 때 순식간에 사라지기 일쑤였다. *이렇게 한국 수업들이 영어를 '파악'하는 것에서 수업이 그쳤다면, 미국에서의 수업은 학생들이 작품을 통해 성립한 제 의견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며 토론을 진행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누구 하나 교수님의 말에 이해한 '척' 넘어가지 않고, 모를 때면 아무 때나 손을 번쩍번쩍 들어댄다는 것이다. 첫 학기 때는 도저히 적응이 안 됐다. 내 질문이 이상할까봐 차마 손을 들지 못했다. 하지만 학기나 한 번 남았더니, 이제는 부끄러움보단 아쉬움이 더 커서 수업 중에 빼꼼 아주 가끔 손을 들었다. 나름 장족의 발전이 아닐까?

 

* "물론 한국에서는 영어라는 '언어'와 그 언어로 쓰인 문학 작품도 동시에 배워야하니, 수업 진도가 많이 늦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 하다."라고 나도 미국 가기 전까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영문학을 전공했다면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학생이 잘 해야하다는 것을 전제로 문학 진도를 나가야 하지 않을까?


미국에서 수업 듣다 울고, 진도를 못 쫓아서 이 바득 갈며 에세이를 썼더니 확실히 실력이 늘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오니 "아, 이건 뭔가 아닌데."라는 생각이 컸다. 수업도 한국어, 과제도 한국어로 제출. 한국에서 써먹을 영어를 배우는 느낌이 아주 커서 마음이 씁쓸하기도 했다.





두 번째. 주말에도 시끌벅적한 기숙사.


한국에서는 주말을 기숙사에서 보낼 때면 참 조용했다. 다들 쏜살같이 집으로 사라졌고, 그 여유를 즐기며 나는 즉석식품을 돌려 먹으며 예능을 즐겨 보곤 했다. 하지만 미국 친구들은 마치 기숙사를 자신의 독립 구역처럼 인식하는지 주말에도 집에 자주 가지 않았다 -하긴, 집이 운전해서 3시간 혹은 5시간이니 나같아도 안 갈 것 같다. 심지어 기숙사에 개인 냉장고랑 TV까지 있으니!- .



가끔 집에 가지 않는다는 친구에게 "왜 집에 가지 않아?"라고 우문을 할 때면, "Why not?"이라는 현답이 돌아오곤 했다. 그래, 니들 멋대로 살아라.





 마지막으로, 방해 없이 만끽하는 풍경이다.


여름이면 푸른 잔디밭에서 청설모가 뛰놀고, 멋진 하늘을 어떤 빌딩의 방해 없이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 온 이후로, 내 주변을 둘러싼 풍경이 하루하루, 시시각각 얼마나 바뀌는지 알게 됐다. 


아침이면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에 태양을 정통으로 맞기도 했고, 오후 5시 쯤이면 서서히 지는 태양에 구름이 분홍색 솜사탕처럼 물들었다. 그렇게 저물어가는 하루를 바라볼 때면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자연의 둘레에서 살고 있었구나.


 어둠이 살살 내리는 저녁 8시면, 커다란 도화지를 코발트 블루가 채우는 것을 목격하며 하루를 정리하곤 했다.





또 캠퍼스 곳곳에 깔린 잔디를 볼 때면, 왜 우리나라에는 이렇게 무럭무럭 자란 잔디밭이 없는 거지? 의문이 들곤 했다. 이 잔디밭은 봄이 되면, 한국 민들레보단 조금 다리가 긴 민들레가 노란 얼굴을 피워냈다. 


하지만 예쁜 민들레 보다도 매일매일 날 웃음 짓게 만든 건, 잔디밭에 거주한 채 캠퍼스를 활보하는 이 다람쥐와 청설모다. 가끔 엉뚱하게 나무에서 떨어지고 도토리 갉아먹는 소리로 사람들을 놀래키곤 해서, 어쩌면 이 캠퍼스의 주인은 얘들이 아닐까 생각하곤 했다. 









현재 <미국, 로망 깨기_교환학생 편>은 텀블벅을 통해 1인 출판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URL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https://www.tumblbug.com/geulji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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