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2018.07.01
수정 2018.07.01
“뭐야, 창이 넓어졌네?”
아니 창이 넓어진 게 아니라 없어졌다. 주말인데도 오랜만에 늦게 뜬 눈꺼풀을 비비적댔다. 방을 마저 나와 거실 소파에 앉았다. 남향으로 뚫린 아파트 창문이 오늘따라 이상하다. 하늘을 삼등분하던 두 개의 샷시 기둥은 어디로 갔는지 하늘이 명확하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대답을 듣고자 부엌으로 고개를 돌려본다. 하지만 거기에 사람은 없고 소음만이 떨떨한 아침밥을 만들고 있었다. 아직 어젯밤 분이 덜 풀린 모양이다. 후우우우. 내뱉는 한숨에 어깨가 내려간다.
고개를 돌려 창밖을 봤다. 이중창은커녕 아무런 장애물 없이 마주한 하늘이 어색하다. 기괴했다. 이게 아닌데. 두려워서 소름 돋은 팔은 놔두고 고개를 갸웃해본다. 아아 그렇구나. 엄마가 창을 뗀 모양이다.
이제는 하늘이 희뿌연 안개를 덧바른다. 또 그 안개를 가르고 쏟아진 빛이 일곱 빛깔 반호를 그리며 땅에 나앉았다. 저 끝은 어디로 향할까. 알 수 없기에 쫓아왔다. 거친 수풀에 팔을 내줘도 발바닥에 박힌 작은 나무 가시가 곪고 곪을 때까지 따라갔다. 무지개의 끝을 쫓기 시작한 것은 순수한 열망이었나 황금빛 보상 때문이 되었나. 묻고 싶어 뒤돌아봤지만 정작 헤쳐 온 오솔길에 걸어온 발자국은 없었다.
나는 나를 모른다. 내 출처를 모른다. 나는 나를 몰라 이제 돌아갈 수 없다.
나는 나를 모른다. 저 숲에서 잃어버렸다. 나는 나를 숲 속에 두고 왔다.
나는 나를 버렸다. 나를 버리는 것이 가장 쉬운 선택이었다.
너 어디 가냐고 물을 수 없었다. 가슴에 물음표를 품으면 무지개가 사라질까. 차라리 아이를 가슴에 묻었다.
알 수 없다. 아는 게 없다.
대기에 떠다니던 물방울은 안개가 되어, 안개를 통과한 빛은 무지개가 되어서 나는 알지 못하는 하늘을 노닌다. 이젠 시원한 바람까지 분다. 촘촘한 방충망을 통과한 바람결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어젯밤 괴괴하도록 얌전했던 심장이 수평선을 뛰노는 생선마냥 팔딱인 순간 쑤우욱. 하늘이 한계 없이 빨려온다.
쿵.
쿵.
쿵.
세 번 멈췄던 어제의 심장이 안개를 깨고 그물망을 넘어, 결국 무지개를 쫒아 떠났다.
요 짧은 녀석을 얼마나 고치고 고쳤는지. 글이 SF 장편이 되려는 것을 삼천포로 빠지기 전에 바로잡으려는데 생각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이어리에 써놓고 2편을 수요일까지 확실하게 들고 오겠습니다.
* p.s. 같은 글을 읽으신 분들께는 송구합니다. 다음 편 빨리 들고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