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3년7년3년 _ 2화 by. 글지마
이 친구 녀석은 도움이 안 된다. 30분 전부터 눈앞을 알짱거리더니 막상 의견 교류 좀 나누자는데 금세 무시다. 연습생 시절부터 사장님께 머리 아픈 건 질색이라며 리더는 사절합니다,라고 말하던 18살의 J를 기억한다. 제 나이를 증명하는 오동통한 볼살과 달리 세상을 직시하듯 독기 품은 눈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뭐야. 그렇게 쳐다보지 마. 너 지금 얘 되게 쓸모없다고 그러고 있었지?”
젖살이 빠지면서 동그랬던 얼굴이 약간 가름해졌지만, 눈을 찌푸릴 때면 부풀어 오르는 눈 밑 살이 반가워서 K는 깊게 웃어버렸다. “또 헤픈 웃음 짓는다.” J는 혀를 차면서도 다시 자리에 앉았다. 무겁게 발을 테이블에 올려둔 그가 말을 이었다.
“내가 말했지. 그럴 거면 데려오라고 했잖아, 내가. 외국인들은 투어 다닐 때 여자 친구 데리고 다닌대. 너라고 안 될게 뭐 있어. 공개 연애해버려. 21세기에 뭐가 문제야. 집도 그냥 미국으로 옮겨 버리고, 기자인지 스토커인지 파파라치 같은 놈들한테 엿 날리면서 살자고. 동거 해, 이 형이 허락할게. 형 인생은 걱정 마라. 너보다 잘 살게 눈에 훤하다.”
멋지게 팔짱을 끼며 집게손가락으로 미간을 움켜쥔 J를 K는 그저 가만히 바라봤다.
“다리 좀 내려놔. 그러다 대리석 깨지겠어.”
“놔둬. 미국인데 뭐 어때.”
그는 도리어 당당하게 다리까지 꼬며 왼발을 오른발 위에 올려뒀다.
“얼마나 좋아. 탁자에 다리 올려둬도 누가 건방지다고 하냐. 다리 꼬지 마라. 태도가 시건방지다. 신발 벗도 의자에 올려놔도 버릇없다, 난리들이야.”
J는 그동안 무명가수라, 인기 없고 노래 안 팔리는 가수라 참고 살았던 모든 원한을 소탕이라도 할 셈인지 끊임없이 토해냈다.
K도 할 말은 많았다. 일단 한국에 있는 여자 친구는 일반인이었다. 온종일 그림 그리는 삶을 살고 있는 그녀는 주목받는 삶을 원치 않았다, 유명 가수의 애인으로는 더욱이. 그림에 인생을 바친 그녀가 남자 친구 자리를 내어준 사실만으로 K가 얼마나 감사해하는지 J는 알 리가 없다. 그저 집을 주고 싶었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그림에만 몰두할 수 있게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다 말을 꺼내봤지만, 실상 내 집 근처에 너를 가져다 놓고 오래오래 보고 싶다. 어쩌면 그녀는 생각보다 흔쾌히 수락할지 모른다. 돈 걱정에 시간을 쏟는 것만큼 그녀의 인생에 대항하는 적은 없으니 애인 및 후원자라는 약간 귀찮은 존재는 윤허할지 모른다.
후원자. 이 무지한 단어가 입 밖으로 떨어질 때 그녀의 마음은 어떨까. 사화산 꼭대기에 괜한 불똥을 떨어뜨릴 생각이 K는 추호도 없었다. 메시지 창에서 문장을 금방 지워냈다.
짧더라도 안 올리는 것보단 낫겠죠. 뒷 내용은 내일 아침에 다시 읽어보고 올리려 합니다. 생각보다 내용이 길어지고 있어서 아주 걱정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