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쌤 Nov 10. 2022

나의 차원

일기장은 나를 또 다른 차원으로 안내하는 길과 같다.


오랜 시간 나는 여기저기 일기를 적어왔다. 일기의 정석을 지키며 종일 있던 일을 구구절절 늘어놓기도 하고, 어느 순간의 의미를 담아 놓기도 하고, 나중에 보더라도 알아챌 수 없게 암호처럼 뭉뚱그려 쓰기도 한다. 요새 유행하는 '모닝 페이퍼'도 해봤다.


어떤 날이든 일기를 적는 순간 그날은 나의 날이 된다. 그렇게 쌓인 하루들은 언젠가 나에게 말을 걸어 준다. 예전엔 그렇게 시시콜콜하게 일기장이 나에게 말 걸어 주는 날을 기대하며 일기를 적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일기라는 건 매번 나를 증명하는 다른 방식이었던 것 같다.


나를 공간으로 인식한다면 점에서 선으로, 선에서 면으로,  어느 날에는 입체로, 또 언젠가는 무한의 차원으로 인식하는 곳이 바로 일기장이다.


내가 읽은 책, 만나는 사람, 느낀 것들이 나의 차원이 된다. 


차원의 국어사전 뜻

1. 사물을 보거나 생각하는 처지. 또는 어떤 생각이나 의견 따위를 이루는 사상이나 학식의 수준.
2. 물리량의 성질을 나타내는 것. 또는 물리량의 기본 단위와 유도 단위의 관계
3. 기하학적 도형, 물체, 공간 따위의 한 점의 위치를 말하는 데에 필요한 실수의 최소 개수. 직선은 1차원, 평면은 2차원, 입체는 3차원이지만 n차원이나 무한 차원의 공간도 생각할 수 있다.


프리랜서로 지내온 6년. 어느 날 '다른 차원의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일기에 적으면서 일기=공간, 공간을 꾸며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일기장을 꾸며야 한다, 다이어리 꾸미기..., 다꾸? 뭐, 예전 싸이월드에 꾸미던 미니룸을 꾸미듯 아기자기한 꾸미기 감성과는 거리가 멀지만 비슷한 느낌으로다가 나의 차원을 겹겹이 쌓아보려 한다.


나의 차원을 쌓기 위해서는 늘 목표와 다짐이 가득한 일기장이 필요하다. 아주 공개적이지만 블로그보다는 내밀하고 보통의 SNS보다는 구체적인.


아, 나에게는 브런치가 있었지! '작가님의 글을 본 지 250일이 넘었다'며 눈물을 흘리는 친절한 브런치의 알림이 떠올랐다. 언젠가 막연히 '내 일상을 연재해보고 싶다'는 목표를 이제야 이루게 된 셈이다. 나의 차원을 꾸며가는 식으로는 생각도 못했지만.


2022년에는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느라 약 스무날 정도 일기를 적었다. 2022년 1월 2일, 새해를 맞아 적었던 일기를 옮겨 본다. 새해 일기가 으레 그렇지만 내 일기장엔 거의 목표와 다짐으로 가득하다. 


20220102

새해. 눈이 내린 풍경을 보며 첫 일기를 적는다. 올해는 일기를 열심히 써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예전에는 일기를 적는 게 내 불안과 두려움,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보려고 했던 마음 때문이었는데, 마음이 많이 안정되고 나이도 들어서 그런가 일기를 적을 시간을 만들지도, 마음을 먹지도 않게 됐다. 그냥 생활이 흘러가기 바쁠 뿐이라는 생각도 든다. 특히 작년 새해 첫날에는 정말 게으름에 빠져 지냈다. 그래도 올해는 옷 정리와 책 정리를 하며 많은 것을 버리면서 시작했다. 아직도 이 작은 책상에는 수많은 먼지들이 끼여 있는 것 같아 찝찝하지만, 그건 일단 일을 하고 난 뒤에 하자.

일을 새로 맡은 곳에서 블로그 일을 맡았던 게 약 6년 전 일인데, 이번엔 사보 일이 들어왔다. 분량은 적고 원고료는 5만 원 남짓 높다. 원고료를 30만 원에서 시작할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어렴풋이 생각했는데, 올해는 그걸 이뤄보고 싶다. 새 명함도 만들었다. 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부대표님을 만났을 때 마인드 마이너라는 단어가 꽂혔었는데, 올해에는 스토리 마이너로 이름을 지었다. 베낀 거라서 조금 마음이 그런데 당분간 나눌 명함이 없어서 일단 100장만 만들었다. 나의 키워드를 찾는 것도 올해 목표로 삼아야지. 이것저것 목표를 세우려고 하면 끝도 없을 것 같아 언제부턴가 목표를 세우지 않는 게 목표였다. 그래도 올해는 세 가지만.

-나의 키워드를 찾기 (키워드를 찾으면 그에 맞는 명함 다시 제작하기)
-원고료 30만 원부터 시작하는 사람 되기
-건강한 몸만들기

이래저래 많은 일들이 있던 2021년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2022년에는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건강한 몸에 관한 목표는 원하는 몸무게를 찍었다. 나머지 목표는 반 정도만 이뤘으며 많은 게 변했고, 어떤 면에서는 많은 게 그대로다. 앞으로 꾸며갈 내 N차원을 기대하며.


작가의 이전글 나의 업業을 인정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