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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쌤 Oct 19. 2023

달 : '무한'이 담겨 있는 반죽

말모음 07.



1 천문 지구의 위성(衛星). 햇빛을 반사하여 밤에 밝은 빛을 낸다. 표면에 많은 분화구가 있으며 대기는 없다. 공전 주기는 27.32일, 반지름은 1,738km이다.
2 달에서 비쳐 오는 빛.
3 한 해를 열둘로 나눈 것 가운데 하나의 기간. 한 달은 양력으로는 30일 또는 31일이고, 음력으로는 29일 또는 30일이다.

출처:표준국어대사전


“달이 날 따라와.”

어릴 적 아빠 차를 타고 하늘을 바라볼 때마다 자주 이런 말을 했어요.


왜 달이 따라오느냐고 물을 때마다 

제 부모님은 지구가 둥글어서라며 알 수 없는 답을 해줬었는데요.


그때부터였는지 저는 자주 달을 올려다 보고,

자세히 들여다보곤 했습니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왠지 웃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가끔 친구들에게 “달을 자세히 보면 웃고 있다?”라며 농담 같은 진심을 말하곤 했죠.

달이 웃고 있다는 말에 ‘나도 봤다’며 공감해 주던 친구들이 있을 때마다 어찌나 반갑고 기분 좋던지요.




지구 입장에서 달은 언제나 궁금한 곳이죠.

우리의 하루 속에 늘 가까이 있어 당연한 듯싶다가도

아무도 그 해답을 내려줄 수 없으니까요.


천문학적으로도 충분히 신비롭지만, 사실

달은 아주 감정적인 풍경입니다.


늘 올려다보는 존재여서일까요.

우리는 달은 보고 소원도 빌고,

비밀스러운 마음을 털어놓기도 하죠.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행성들과 달리

하얗고 밝은 빛을 가졌고

시간에 맞춰 모습을 바꾸는 모양은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무한한 상상을 불러일으킵니다.




달은

마치 이야기를 향한 여행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나침반 같아요.


그동안 사람들은 달을 보며 시간을 유추하고

토끼가 떡을 만든다는 둥, 괴물이나 신이 존재한다는 둥

여러 이야기를 지어내기도 했습니다.


저와 함께한 아이들에게 달은

무엇이든 이뤄지는 곳이자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곤 했죠.


고래가 달에서 만든 떡을 가져다 떡볶이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매일 달을 갉아먹는 모양신이 있었으며

달을 쪼개고 행성을 만드는 방망이를 지닌 외계인도 있었답니다.




지구 입장에서

달은 중력을 주는 고마운 존재.


상상의 입장에서

달은 '무한'이 담겨 있는 반죽이에요.


아무렇게나 뭉개도

달은 하얗게 웃고 있을 것만 같아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무한한 이야기의 문이 열리고

마음 깊숙이 있던 말들이 쏟아져 나오는

달의 얼굴을

이제는 자세히 바라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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