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점심을 먹고 천성항에 갔다. 도착하자마자, 빼곡하게 주차되어 있는 차들과 수많은 텐트들이 눈길을 끌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캠핑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남편에게 물어보니 이곳은 노지 캠핑과 낚시 포인트로 유명한 곳이라고 했다.
천천히 한 바퀴를 돌며 남편과 낚시할 포인트를 찾았다. 인파가 많아 시끄러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갈매기 울음소리만 들렸다. 바닥엔 음료수 캔 하나 없이 깨끗했다. 취사가 금지된 곳인 줄 알았지만, 이내 삼겹살 냄새와 라면 냄새가 바람을 타고 코끝을 간질었다. 작은 규칙과 질서 속에서 사람들은 낚시와 노상 캠핑을 즐기고 있었다.
바다 앞에서 의자를 펴고 책을 읽는 동안, 남편은 낚시에 집중했다. 그늘 하나 없는 곳에 앉아 내리쬐는 햇살이 처음엔 따갑게 느껴졌지만, 마냥 싫지만은 않았다. 10월 내내 흐린 날이 이어져 햇살을 오랫동안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다뷰 카페에서 책을 읽을 때와는 전혀 다른 기분이었다. 코끝에 전해지는 바다의 향기와 오고 가는 사람들 소리, 무언가 굽고 낚싯대를 던지는 소리 - 그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평화로운 배경음악이 되었다.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니, 어느새 해가 저물고 있었다. 화장실에 들를 겸, 혼자 천천히 한 바퀴를 돌았다. 바다의 소리를 들으며 사람들을 구경했다. 많은 이들이 평안한 얼굴로 누워있거나 앉아서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였다.
순간, 이곳이 유토피아인 것 같았다. 모두가 걱정 없는 얼굴로 온전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바다‘라는 장소 자체도 힐링이지만, 주변의 사람들이 안온한 얼굴을 하고 있기에 더 마음이 놓였다. 어쩌면 유토피아, 혹은 천국이란 곳은 사람들과 함께여야 비로소 알아차릴 수 있는 게 아닐까.
물 위를 타고 춤을 추는 바람 소리와 우는 갈매기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선선한 바람이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틈으로 평화가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