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단풍나무를 마주한 나무는 이미 겨울이 되어 있었다. 위로 올려다보니 금빛 머금은 단풍잎과 길게 뻗은 앙상한 나뭇가지가 하늘을 수놓은 것 같았다. 찬란함과 공허함은 서로의 존재를 더욱 부각했다.
'가을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이상했다. 얼마 남지 않은 가을을 만끽하고 싶으면서도, 몇 잎 남지 않은 나무에 시선이 갔다. 바람이 잘 드는 곳에서 태어난 나무. 누구보다 잎을 먼저 떨구고, 남들보다 조금 일찍, 겨울을 받아들여야 했다.
나무에게 가을은 어떤 존재일까?
아름답고 눈부신 찬란함의 절정을 바라보며, 모든 것을 비워내는 일. 그것만큼 외롭고 쓸쓸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빨리 겨울을 맞이하는 나무가 더 찬란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나한텐 그 나무가 그랬다. 아마도 나 역시, 그 나무처럼 겨울을 연습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