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도 길을 잃는다.

by 문수인


평소 조류를 무서워하는 나는

오늘 아침 출근길에 심장을 동여맸다.

바로 건너편 길에서 까마귀 떼가

퍼드덕퍼드덕 소리를 내고 날아다니며

세상을 점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다리에 힘이 들어가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러는 와중에 몇 년 전에 썼던

길을 잃은 새에 관한 시가 생각났다.


날개를 접고 앉았던 나무에서

다시 공중으로 날아오르던 새들.

한 바퀴 돌고 옆 나무로

쉼터를 옮기는 까마귀들을 보며,

그들의 움직임이 하나의 놀이처럼 보이기도 하고

정처 할 곳이 없어 길을 잃은 존재처럼 느껴졌다.


흔히 새들의 시력은 사람보다

훨씬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시야가 넓을 뿐이지 비행 중 정면을 또렷이

바라보는 능력은 약하다고 한다.

그래서 유리구조물에 즉사하는 경우가 많은 거라고.


새들의 비행과 우리의 보행은

사실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가야 할 곳을 정하지 못한 채 떠도는 모습에서

꼭 삶을 나아가는 인간의 모습과 같아서

묘한 동질감을느꼈다.


현재의 공간을 탈피할 수 있는 새는

자유를 상징하기도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쩌면 인간의 한계와 질투에서 비롯된

우리의 해석일지도 모르겠다.


새도 사람과 같다.

끊임없이 걷고,

끊임없이 길을 잃는다.




*이전에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다시 다듬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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