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만한 팔레트

by 문수인



화가가 된 듯

그림자를 그린다


길고 짧은 거베라 두 송이

꽃에 걸터앉은 나비 같다가

익숙한 해바라기 같다


누군가를 안다는 것

사실은 나에게 드리워진

그림자를 보는 일이었다


당신을 보지도 않고

그림자에 색을 채우는 나는

교만한 팔레트로

끝끝내 당신의 이름을 붙인다


그것이

내게 붙여진

누군가의 흔적이자

존재들 인지도 모르는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