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지겠단 용기

by 문수인


한쪽으로 꺾인 나무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것 같았다


덩달아 나도

목을 꺾어 응시하다,

작은 화분 속

보이지 않는 뿌리를 생각한다


나는 늘 오뚝이처럼 살아왔다

바람이 흔적을 남길 때마다

몸을 웅크리고

앞도 뒤도 보지 못한 채

주저앉아 흔들렸다


허리를 굽힌 채

앞으로 나아가는 나무는

우아한 발레리나 같았다


중도를 지킨다며

오뚝이 노릇을 했던 건

뿌리가 약해서가 아니라

용기가 없어서였다


부서질 용기 없이

어떻게 굳건한 뿌리를 내릴 수 있겠는가


나무 앞에서

긴 시간 움츠렸던 몸을

천천히 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