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음악이 된 소음

by 문수인



어렸을 때부터 잠귀가 밝고, 감각이 예민했다. 이른 새벽 엄마가 부엌에 불을 켜면, 내 방에 빛이 스며들어 강제로 눈을 떴다. 빛뿐만 아니라 소리에도 민감했다. 작은 소리 하나에도 미간이 찌푸려지고, 다시 잠들기까지 두세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잠을 이루지 못할 때도 많았다.



결혼한 지 곧 3년. 얼마 전까지 남편과 함께 잘 때는 이어 플러그가 필수였다. 그럼에도 남편의 코골이가 날카롭게 퍼지는 날에는 터덜터덜 소파로 옮겨 잠을 청했다. 소파에서는 의외로 잠을 잘 자는 편인데, 어느 날은 그것마저 쉽지 않았다. 결혼 전에는 엄마가 매일 환기를 시켜서 공기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결혼 후에야 깨달았다. 나는 시각, 청각, 촉각… 모든 감각이 예민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예민한 날에만 이어 플러그를 찾고, 대부분의 날에는 끼지 않고 잠을 청한다. 전에는 모든 감각이 자는데 불필요한 방해물처럼 느껴졌지만, 어느 날부터 ‘괜찮아, 이대로 잠을 청해보자’고 마음을 다 잡았다. 그렇게 잘 자는 날들이 많아지며 이어 플러그는 자연스럽게 손에서 멀어졌다. 스스로에게 적용한 인지행동치료가 효과를 발휘한 순간이었다.



올해는 선풍기 소리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거슬리면서도 시원함 때문에 참고 켰지만, 올해는 유독 선풍기소리가 여름을 대표하는 배경음악처럼 느껴졌다. 소음으로 여겼던 소리들이 이제는 시원함과 안정감을 함께 가져다주는 존재가 됐다.



안방과 거실. 모든 곳의 소리는 그대로다. 그저 생각 하나를 바꾸었을 뿐인데,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훨씬 편안해졌다. 풀벌레 소리가 익숙하고 자연스럽듯, 남편의 코골이, 에어컨의 빛과 실외기 소리도 이제는 그저 함께 살아가는 하루의 일부일 뿐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오늘도 모두 좋은 꿈 꾸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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