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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ul woon Jul 21. 2017

아버지의 엄마, 당신의 빈자리

고마운 당신에게

당신이 떠나간 이 세상은 여전히 아픔과 상처들로 덮여있습니다.


당신이 요양원에 갇혀 그리도 보고 싶어 하던 이 세상은 차갑고 낯선 만남들로 가득합니다. 

세상은 싸늘한 주검처럼 굳어있고 바싹 마른 입술처럼 헐었습니다.


날 보며 한없이 웃어주던 당신 같은 사람은 주변에 띄지 않아 세상이 힘겹게 느껴지지만 나의 무너짐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바람에 지지 않으려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그대가 떠난 작년, 봄과 여름 사이.

사람이 머물던 자리는 생각에 넘칠 만큼 크다는 것을 느꼈고 비어진 가슴 안에 던져지는 위로의 말들은, 그저 사라지는 바람처럼 소용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내 마음에 긋고 간 기억의 증거들은 당신 얼굴에 머물던 주름만큼 내 마음 가까이에 붙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떠나간 자식들의 마음을 하나 둘 모으기 시작했고, 그들에게 ‘죽음’이라는 절벽을 보여주며 삶의 정차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끝내 한 줌 재가 돼 당신이 영생으로 올라가던 그날, 나는 끊어짐이라는 것이 얼마나 후회스러운 것인지 알게 되었고, 이는 당신을 떠나보내 슬펐던 내 마음이 아닌 오열하던 당신의 핏줄들의 소리 섞인 눈물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당신이 가장 사랑하던 효자, 당신의 넷째 아들은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당신이 떠나고 며칠간 입안에 밥을 넣지 못해 물과 눈물의 힘으로 하루를 견뎌야 했던 그는, 책임져야 할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것 때문이었는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일상으로 돌아와 식구들의 기둥으로 다시 자리 잡았습니다.


거짓말처럼 느껴진 당신과의 헤어짐의 날들이 지나, 이제는 당신이 나와 함께했던 날들이 거짓말처럼 다가옵니다.


시간은 소리 없이, 그렇게도 강한 존재라 치유함을 넘어 망각함을 만들었습니다.    


2014년.

큰 마찰을 만들고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며 힘들어했던 그날을 당신도 기억하십니까?


요양원에 누워있던 당신에게 홀로 찾아와 어색한 미소로 대화를 나누었던 그날.

허공에 사라지는 말들을 뱉던 내게 ‘무슨 일이냐?’는 말로 달래주던 그날, 그리고 그날의 당신.


쏟아지는 눈물을 감당하지 못해 당신의 주름진 손을 물에 젖은 나무껍질로 만들어야 했던 미성숙의 나.


그날이 그리워서인지, 아니면 그리움을 주는 당신이 그저 보고 싶어 인지, 당신이 참 많이 생각나는 더운 여름의 저녁 날입니다.


몇 년을 누워 있던 당신의 그 자리엔, 아마 또 다른 이가 누워 가족을 그리며 창밖만 바라보고 있을 겁니다.


그 또 다른 이가 당신 곁으로 가 또다시 그대 머물던 자리가 텅 비면, 아마 삽시간 또 다른 존재가 그곳에 누워 삶의 멈춤을 향해 시간을 느리게 움직일 겁니다.


그리고 언젠간, 그 자리에 내가 당신과 같은 생각을 하며 누워있겠죠.


그대의 어리광을 다 받아주지 못했던 날들이 후회가 돼 마음을 칩니다.

바라보지 못했던 당신의 마음은 어쩌면 수고스럽다 여겨 바라보기 싫어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당신을 떠올리면 나를 보며 환하게 웃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내가 당신을 많이 웃겼다기보다 당신을 그리워하는 내 마음이 쓰리지 않게, 그 마음 헤아려 당신은 내게 많이 웃었나 봅니다.


오늘은 당신의 기억에 나를 담고 싶습니다.

당신의 손에 내 등을 맡겨 세상의 평온을 느끼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할머니, 당신은 내게 아주 중요한 존재였고 또 소중한 존재로 남아있습니다.

그대는 내게 삶의 조각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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