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과 아쉬움 사이 그 어딘가
분홍 꽃잎이 떨어집니다.
나이란 놈은 내 젊음을 좀먹더니 세월의 파편들은 내 시간을 녹슬게 합니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곁에 주춤주춤 뒷걸음 치다, 이제는 세상 싸움 구경하기도 눈이 아파 별안간 꿈벅거리길 자주 합니다.
젊던 날의 기억은 한숨과 함께 아쉬움으로 피어나 의식없이 흐르는 눈물로 현재를 멍들게 합니다.
손톱은 낡아 삭길 반복했고 구부러진 허리는 이내 구부정 능선을 그었습니다.
삶의 기회는 컸다 하지만 내 생은 녹록치 않았고 뒤에 딸린 핏줄들은 심히 날 묶기 바빴습니다.
배우질 못해 빛나는 장소 한번 드나들지 못했지만 '잠시만'의 시간은 절대 날 기다리지 않았고 편해가는 세상 속에 나의 숨은 가빠져 갔습니다.
그렇게, 얼굴에 그어지는 주름의 수를 잊고 살만큼 아픈 무릎을 쥐어가며 타는 햇빛과 찬바람을 견뎠지만 내 손에 쥐어진 건 구겨진 천원짜리 몇 장과 겨우 뜨기 힘든 밥숟갈입니다.
해가 떠 머리 위를 뱅뱅돌면 나의 젊음이 그립습니다.
저보다 환하게 웃고 수줍어 하던 그 하얗고 부드럽던 내 소녀시절은 머리끝만 스쳐, 치고 지나가는 기억입니다.
지킬 것들이 많지만 그대론 지켜낼 수 없어 나를 내던졌던 그 시절, 그때의 나는 무엇보다 환했습니다.
또다시, 멍한 기억 속에 태양은 저물어 갑니다.
오늘도 견뎌낸 하루를 반쯤 접어 보려 굽어진 허리를 일으켜 세워 손을 바삐 합니다.
손톱 아래 쌓인 세월의 검정은 낙인이 돼 지워지지 않습니다.
나는 세월의 점선을 또다시 얼굴에 그어 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