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퇴사 결심

by 스윗스윙


2016년 가을,


4년 3개월의 한국에서의 직장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렇게 빨리 끝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막상 정리를 하고 회사를 나와 차에 올라타니, 순간 가슴속에 무엇인가가 쑥 내려갔다. 서둘러 차를 끌고 주차장 밖을 나왔다. 뭔가 시원섭섭했다. 솔직히 말하면 섭섭히 조금 더 컸던 것 같다.



입사할 때는 애사심을 가지고 멋진 커리어 우먼으로서의 삶을 꿈꾸었다. 사실 내가 했던 일 그 자체는 재미있었다. 해외에 플랜트를 세우는 일, 사업주와 의견을 조율하며 서서히 완성되어 가는 플랜트를 보면 나름 성취감도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4년이 흘렀지만 생각보다 내가 전문성을 갖추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름 엔지니어였지만 사실 전문직은 아니었으니까. 나의 5년 뒤, 10년 뒤, 20년 뒤 모습은 내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고, 그 속에서 나름 또 정치라는 것을 해야 더 오래 잘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 정치라는 것이 나에게는 참 어려웠고,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어색했다. 선임들이 임원 한마디에 손뼉을 치고, 가식적으로 웃으며 "맞습니다, 역시 대단하십니다."라며 아부를 하는 모습은 짠하기까지 했으니까 말이다. 뭐가 그렇게 다 말이 맞는다는 건지. 객관적으로 봐도 비상식적이고 비효율적이고 이상한 말이 많은데, 맞는 말이란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고 하기엔 가정이 생기고 처자식이 생기면 그들로서는 사실 별도리가 없다.


이 회사는 그냥저냥 다니면 꽤 오랫동안 다닐 수 있는 안정(?) 적인 곳으로 보였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곳이 안정적이라기보다는 지금, 그리고 내가 나이가 들었을 때 10년 20년 뒤에는 오히려 나를 더 불안정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난 불안정한 회사생활을 정리하기로 마음먹고 딴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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