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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스윙 Sep 21. 2019

탈원전에 대한 오해


한국 뉴스를 보다 보면 탈원전에 대한 논쟁이 핫하다. 이번 정부 들어서서 원전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에너지 공급을 미래에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 등의 갑론을박이 많은 듯한데, 기사를 보면 좀 답답한 것도 있고 가짜 뉴스는 아니지만 논조가 이상한 방향으로 가는 것도 해서...


한국의 정치에 대해서는 굉장히 시니컬 하기 때문에 정책적인 면은 논외로 하더라도 탈원전에 대한 기사가 너무 부정적이라 좀 놀랐다. 나도 뜻하지 않게 이 분야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지만 (옹호하려는 것은 아님), 어느 정부건 에너지 공급을 미래에 어떻게 하건 오래된 원전은 안전하게 닫아야 한다. 즉, 원전 건설과는 또 다른 별개의 일이라는 것이다.


1950년대 이후부터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소가 확산되었고, 보통 원전 수명은 60년 (상황에 따라 더 짧기도 함) 정도로 잡는다. 2020년이 다가오니 지금은 50년대에 건설했던 수많은 원전을 닫을 시기이다 (2016년 기준으로 전 세계 150기가 닫혔음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Nuclear_decommissioning)

미래의 태양열을 할지 풍력을 할지 원전을 할지는 에너지 생산 관점의 문제이고, 닫는 건 노후된 시설을 처리하는 후속 관리의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산업이라고 볼 수 있다. 보통 폐쇄하고 처리하는 기간은 수십 년 단위. 내가 있는 이곳의 프로젝트는 2100년경이 프로젝트 종료 시점이다. 해체할 곳은 전 세계에 많은데, 참여할 수 있는 회사와 국가는 제한적이다 보니(기술, 안전 문제) 나름 블루 오션이라고 현재 여기저기 여러 회사에서 기웃기웃하고 있다. 또 안전의 문제가 걸려있는 일이라 로봇을 사용한다거나 첨단 소재들이 기술 개발되는 만큼 여러 산업 기술 개발에도 이바지하고 있는 것 같다. 이와 관련해서 일자리 창출은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니, 이 분야도 4차 산업에 들어가야 하는 것 아냐?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한국은 아직 원자력 발전소 해체에 대해 경험이 없지만, 사실 미국을 비롯해 유럽은 이미 몇 개의 시설을 해체했고 관련 기술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와 미국이 특히 선도해 나가고 있으며, 영국은 일부 기술은 있으나 특정 폐연료와 관련해서는 기술이 부족해 현재 미국 프랑스 업체들과 협업 중이다. 한국도 어쨌든 이 큰 시장에 뛰어드려는 것으로 봤는데, 무작정 원자력 발전을 폐쇄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영국도 원자력을 계속하느니 마느니 말은 많다 (에너지 공급 차원에서), 그렇지만 다른 한편에선 탈원전 기술을 익히고 이 분야에 여러 회사들을 참여시켜 기술력을 확대해 나가면서 여러 나라 시장에 진입하려 하고 있다. 회사에서 얼마 전부터 스웨덴의 물리학자 (아주 비범해 보이는 비주얼의 소유자) 한 명이 열심히 소형 원자로 연구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분명 원자로를 건설하는 것과 해체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나도 경험을 쌓고 있는 과정에서 쓸데없는 걱정일 수도 있다. 나라에서 정치싸움하다가 새로운 기술과 시장 개발의 산업이 있는데 놓쳐버릴까 봐... 아주 개인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나 먹고사는데 그다지 지장도 없겠지만, 그냥 기우에 끄적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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