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윗스윙 Apr 30. 2020

영국 봉쇄, 칩거 6주차 일상의 기록


정확히 오늘이 칩거 6주차가 시작되는 날이다. 내일이면 4월도 끝난다, 2020년 4월은 그냥 순삭 되었다. 마트와 근처 공원 산책하는 것 말고는 거의 나가지 않으니 무료하다. 한 달 전 차에 넣은 기름도 아직 그대로 있다. 기름값이 내렸지만 채울 일이 없다. 다만 방전될까 봐 일주일에 한 번씩 시동을 걸어준다.


한 달 이상 이 상황이 지속되니, 이 속에서 나름 루틴이 생겼다. 보통 아침에는 토스트와 커피로 식사를 한다. 시간이 널럴하니 아침 먹을 때도 여유가 있다는 것이 장점이긴 하다. 보통 출근할 때는 국에 밥을 말아먹고 나갔는데, 그럴 필요가 없으니 커피도 정성스레 내리고 플레이팅도 예쁘게 해서 카페엔 온 분위기를 한껏 내본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는 집안 환기를 시킨다거나, 청소를 한다거나, 빨래를 하는 등의 집안일을 한다. 이 동네 집들은 대부분 바닥이 카펫으로 되어있어 청소기를 한번 돌리면 먼지가 잔뜩 뭉쳐서 나오는데 참 불편하다. 카펫 때문에 물건 위쪽에 먼지도 더 잘 쌓이고 집이 더 건조해지는 느낌이다. 왜 마룻바닥을 깔지 않는 것일까. 기관지에 안 좋을 것 같다. 점심 먹기 전 오전 시간에는 한국과 시차가 잘 맞아서 개인 용무를 보고, 가족과 친구들과 연락을 한다. 3월 말 4월 초에는 연락을 정말 자주 했는데 한국은 날씨도 좋고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 들어서 그런지 요즘은 오히려 연락이 잘 안되는 것 같다. 


점심은 그때그때 주로 내가 먹고 싶은 것을 해먹는다. 어떻게 그렇게 매 끼니마다 먹고 싶은 게 생각이 나냐고 남편이 신기해했다. 그러게, 나도 신기하다. 밥 먹을 시간 되면 오늘은 이게 먹고 싶다, 몸속으로 투입해라, 뇌에서 신호를 보낸다. 오늘은 비빔국수가 먹고 싶어서 알차게 비벼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면 차 한 잔은 무조건 마셔야 한다. 이건 그냥 몇 년 동안 유지되어온 습관이라 너무 자연스러운 루틴이다. 차이가 있다면 원래는 차를 마시며 일을 하는데 요즘은 차를 마시며 책을 볼 수 있다. 저녁 준비 전인 5시까지 책을 보고, 블로그를 쓰기도 하고, 관심 있는 것을 찾아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낮잠도 한 30분 자고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 무료하고 지루한 느낌이 있다가도 또 그게 부정적인 지루함이 아니라 긍정적인 지루함이라 나쁘지 않다. 


저녁 먹기 전에는 꼭 요가를 한다. 필라테스를 다니다가 날씨가 안 좋아질 때쯤부터 유튜브 홈트레이닝으로 요가를 했는데, 뜻하지 않게 지금도 계속 홈트레이닝을 하게 됐다. 일주일에 두세 번 하던 것을 집에 있으면서 매일 하게 되니, 오히려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 이제 안 하면 몸이 좀 뻐근해지는 느낌이 든다. 근데 날씨가 좋아지니까 수영을 하고 싶어졌다. 올해는 못하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넷플릭스나 한국 티브이 프로그램을 한두 편 보는데, 그다지 재미있는게 없다. Tiger king이 현재 영미권에서 코로나와 쌍벽을 이루며 화제라고 추천을 받아서 봤는데, 내 취향은 아니라 2화까지 보고 중단했다. 수요일에 하는 하트 시그널이 제일 재미있다. 커플의 성사 여부보다는 그 사람들의 미묘한 심리와 행동을 분석하며 보는게 프로그램의 묘미다. 


원래 저녁을 먹거나 잠들기 전에 그날 있었던 서로 일을 주절주절 말하는데, 집에만 있으니 그날 있었던 일을 말할 것도 없다. 그날이 그날이다. 마치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은 내일 같은. 세상이 멈춰 있고 시간만 가는 느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본주의의 민낯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