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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스윙 Nov 30. 2020

상관없는 것 아닌가?


최근에 눈길을 크는 책 제목이 있어 구매를 했다. 가수 장기하씨가 쓴 산문인데, 가수로서는 싸구려 커피 노래 정도만 아는데 최근 발간한 책의 제목'상관없는 것 아닌가?'를 보니 이 사람도 나랑 생각이 비슷한 부류의 사람인가 싶어서 읽어봤다.


사실 "상관없다"라는 마인드를 은근히 갖기 힘들다는 것은 영국에 올 때 많이 깨달았다. 내 주변의 친구들을 비롯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상관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타이틀이나 주변 신경 안 쓰고 내 할 일을 찾아 나서는 나를 좀 특이하게 봤다. 그러고는 되게 용기 있고, 힘든 결정을 했다고, 멘탈이 강하다는 이런 말을 해주는데 사실 막 엄청 고민되는 힘든 결정은 아니었는데 그렇게 여겨주니 나쁘진 않았다. 그래서 나는 왜 남들 상관을 별로 안 하는 사람인가 어느날엔가는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나의 경우는 학창 시절 소위 잘나가는 스타일도 아니었고, 공부를 엄청 잘하는 것도 아니었고, 인기도 없고, 그냥 반에서 있는둥 없는둥 하는 조용한 존재였다. 아, 내 동생은 이런 날 보고 흔히 찐따라 일컫는다 했다. 어쨌든 비주류였다. 심지어 이렇게 존재감 없이 살았는데도 이유도 없이 날 싫어하는 또 다른 비주류도 있었다(참내). 이런 경험이 애초에 밑에 깔려서인지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상대적으로 남들 시선과 평가에 구속을 덜 받는 사람이 되었다. ‘상관’이라는 것도 관심을 받던 사람들이나 신경 쓰지, 원래 관심을 많이 못 받던 사람들은 그냥 무덤덤하다. 오히려 갑작스러운 관심은 부담이다. 대신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추구하는 것에 좀 더 오롯이 신경을 쓴다. ‘나’라는 사람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아예 내 본분을 잊은 것은 아니다. ‘학생’으로서는 학생의 도리 직장인으로서 '회사원'의 도리 딱 남에게 피해 안주는 그 선 정도만 지켰다. 너무 튀지도 않고 쳐지지도 않는 그 사이 어디인가. 물론 튈 만큼 특출나지도 않긴 했지만ㅋ 내 원래 모습을 약간만 다듬은 그 정도 상태로 그럭저럭 살수 있었다. 그 약간의 다듬음도 사실 영국에서는 완전히 떨쳐버렸다. 일단 이곳은 서로 신경 안 쓰는 개인주의가 심하고, 미국만큼 워낙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모여사는 국가이기도 하고 (그만큼 내 기준엔 유별나고 특이한 사람이 많다), 내가 소수의 한국인이라는 약간의 특수성은 있으나 처음 들어보는 나라에서 온 사람도 많아서 사실 관심 밖이다. 말 그대로 자유다! 이 자유 속에 주류고 비주류고 대세고 아니고를 떠나서 내 캐릭터와 장점 단점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게 됐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굳이 날 어디에 맞춰 다듬을 필요도 없이 내 생각도 점점 말하게 되고, 쓰기도 하고, 이것이 반복되다 보니 주관과 취향이라는 것도 명확해졌다. 다르면 다른 거고. 너는 너 나는 나. 이 심플한 마인드셋의 핵심은 이상한데 신경이 쓰이는 나의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막아준다는 것이다.


내 주변 또래들이 요즘 걱정하는 것은 이것이다. 성실하게 인생을 살아오다 보니 착한 아이 신드롬(Good boy syndrom)이라고 해야 하나, 부모님에게는 시기에 맞춰 인생의 마일스톤을 성취해 나가는 착한 딸, 회사에서는 성실하고 센스 있는 그리고 능력이 있는 직원이 되어야 하니 스트레스가 다들 초극강에 이른듯하다. 원래 그런 사람이면 모르겠는데 이 세상에 저 기준에 잘 맞는 사람 얼마나 될까. 세상엔 별 모양도 있고 세모도 있고 동그라미도 있는데 하나같이 일정한 모양을 갖추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 괴리감에 속이 곪는다. 그런데 요즘 들어 궁금한 것이 노력한다고 내가 원하는 모양이 만들어지고 삶이 살아지냐는 것이다. 혹 의도와 다르게 어긋났을 때 생기는 정신적 충격은 감내할 수 있나 궁금하다. 내가 발버둥 쳐도 안될 건 안되고, 오히려 마음을 비우면 생각지도 못한 운/상황이 생기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라고 생각하던 와중이었는데, 책을 보니 장기하 씨도 40을 바라보며 비슷한 깨달음을 얻었나 보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 거냐고 나 자신에게 묻는 일이 많다. 새로운 커리어를 위해 혼자 이래저래 고민하는 것이 주된 일상인 요즘이라 더더욱 자주 그러게 된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나는 답을 하지 못한다. 그럴 때면 막막해진다. 빨리 뭘 어떻게 좀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조바심이 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여태껏 살면서, 멋진 순간들은 다 내 의도나 기대와는 무관하게 찾아왔다. -장기하, 상관없는 것 아닌가 中-


요즘 들던 생각을 주절주절 쓰다 보니 두서가 없어지긴 했는데, 그냥 내 주변 사람들이 그 굴레와 압박에서 벗어났으면 해서 써봤다. 읽을지 못 읽을지 읽던 안읽던 굳이 상관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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