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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스윙 Feb 18. 2021

추상적인 어떤 단조로운 일상


알베르 까뮈의 페스트에 나오는 '추상적이고 단조로운 일상'이라는 표현은 코로나로 바뀐 요즘의 삶을 정말 잘 표현해 주는 말이라 생각했다. 영국은 지난주 연이어서 확진자가 6만 그리고 7만을 넘겼고, 영국 전역에는 감염자가 무려 300만 명이나 된다 한다. 사망자도 지난주에는 천 명 이상을 기록했는데, 사실 하루에 6만 7만이라는 감염자와 천여 명의 사망자라는 숫자는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너무 크고 감이 안 와서 무엇인가 추상적인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계속해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이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은 분명한데,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집에 앉아서 볼 수 있는 확진자 숫자와 그래프 정도이니 이 상황을 받아들이자면서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뭐 그런 기분이다.


덕분에 작년 요맘때와는 다르게 삶이 좀 단조로워졌다. 아침에 눈을 떠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근무를 시작하고, 점심을 먹고, 다시 일을 하고, 컴퓨터를 끄면 하루가 제법 간다. 출퇴근 시간을 아낄 수 있어, 4시부터 찾아온 자유 시간에는 이리저리 하고픈 것을 하기는 하는데 '집'이라는 곳에 장소가 제한되어 있으니, 하고 싶은 일도 제한이 되는 것은 매한가지다. 그래도 최대한 집에서 이 시대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하여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즐길 수 있는 것의 최대치를 끌어올려 보고자 노력을 한다. 그것들이 주식이고, 요리고, 베이킹이고, 홈트레이닝이기도 하고, 블로그이기도 하다. 아, 일부러 티비나 넷플릭스 디즈니 유튜브를 보는 시간은 줄이고 있다. 가뜩이나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면 팬데믹이 끝나는 어느 순간 내 삶뿐만 아니라 머리도 단순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불안함이 좀 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이 단조로운 일상 가운데서도 항상 망각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건강이다. 혹여나 면역력이 떨어져서 바이러스에 감염되기라도 하면, 어디가 갑자기 아파서 병원에 갈 일이 생긴다면 치료도 제때 받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으므로 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이 시국에 더 잊지 않게 된다. 건강이라는 것이 원래도 중요하겠지만, 삶이 생활이 단조롭고 주변이 불안하다 보니 그 중요성이 개인적으로 더 강하게 인식된다. 그래서 좀 더 잘 챙겨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청국장. 깊어지는 겨울밤에 따뜻하게 몸 든든히 해 줄 수 있는 음식이라 생각했다. 볶은 멸치 위로 쌀뜨물을 적당히 붓고, 두부 한 모를 다 썰어 넣고, 적당히 익은 배추김치와 양파를 듬뿍, 간은 된장으로 살짝 해주고 청국장을 풀어 고춧가루를 넣어 계속 뭉글뭉글 끓여주니 건강한 한 냄비가 된다. 한국에서 가져온 여러 밑반찬을 같이 곁들여 먹으니 그나마 단조로운 생활에 적당한 이벤트가 된다.


그리고 다시 월요일. 이번주도 단조로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어떤 소소한 이벤트를 만들어야 할까 고민해 본다. 아마 끝날 것 같지 않은 이 긴 터널 같은 상황에 차라리 적응해서 새로운 루틴을 하나씩 만들어 나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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