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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근영 May 08. 2016

엄마 향한 그리움

누리대 향을 따라 짙어지는 그리움

봄이 되면 엄마는 매일 새벽시장에 다녀오셨다. 나물 데치는 향에 늦잠자기는 글렀다고 툴툴대며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다 보면 어느새 싱싱하고 향긋한 봄나물로 푸짐하게 밥상이 차려졌다. 우리는 아침부터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웠다. 배는 부른데 젓가락은 계속 나물접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맨 입에 짜다. 밥 한 술 더 먹어라"

그 수많은 나물들 중에서 우리 형제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한 나물이 있었다. 이름하야 누리대. 처음 입 안에 넣었을 때 그 누릿하고 독특한 향에 질려버린 우리는 울상이 되었다. 이런 냄새나는 나물을 잘 드시는 엄마가 이상했다.
"자꾸 먹어보면 참맛을 알게 돼. 소화도 잘 되고 얼마나 이로운 나물인데"
"이거 먹으면 냄새에 체할 거 같아 엄마"


나이가 들어가며 매해 봄 엄마따라 한 젓가락, 두 젓가락 먹다보니 그 향에 익숙해져버렸다. 누리대는 강원도 깊은 산에서 나며 자연산만 있어서 봄나물 중에 가격이 으뜸이다. 주로 날 거로 장에 찍어먹거나 고추장무침을 해서 먹는다. 이 나물 하나면 없던 입맛이 돈다며 봄을 기다리시던 울엄마.

이제 엄마가 안계시니 봄이 더이상 향기롭지 않다.


시장에서 누리대 한 단을 사왔다. 엄마의 손맛을 그리며 고추장 무침을 해보았다. 줄기부분은 무치고 잎사귀는 고추장 장떡을 부쳤다. 간을 보는데 목구멍이 알싸해온다.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제대로 말 한 번 못했는데...


어버이날, 누리대 향을 따라 엄마 향한 그리움은 짙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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