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대 향을 따라 짙어지는 그리움
봄이 되면 엄마는 매일 새벽시장에 다녀오셨다. 나물 데치는 향에 늦잠자기는 글렀다고 툴툴대며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다 보면 어느새 싱싱하고 향긋한 봄나물로 푸짐하게 밥상이 차려졌다. 우리는 아침부터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웠다. 배는 부른데 젓가락은 계속 나물접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맨 입에 짜다. 밥 한 술 더 먹어라"
그 수많은 나물들 중에서 우리 형제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한 나물이 있었다. 이름하야 누리대. 처음 입 안에 넣었을 때 그 누릿하고 독특한 향에 질려버린 우리는 울상이 되었다. 이런 냄새나는 나물을 잘 드시는 엄마가 이상했다.
"자꾸 먹어보면 참맛을 알게 돼. 소화도 잘 되고 얼마나 이로운 나물인데"
"이거 먹으면 냄새에 체할 거 같아 엄마"
나이가 들어가며 매해 봄 엄마따라 한 젓가락, 두 젓가락 먹다보니 그 향에 익숙해져버렸다. 누리대는 강원도 깊은 산에서 나며 자연산만 있어서 봄나물 중에 가격이 으뜸이다. 주로 날 거로 장에 찍어먹거나 고추장무침을 해서 먹는다. 이 나물 하나면 없던 입맛이 돈다며 봄을 기다리시던 울엄마.
이제 엄마가 안계시니 봄이 더이상 향기롭지 않다.
시장에서 누리대 한 단을 사왔다. 엄마의 손맛을 그리며 고추장 무침을 해보았다. 줄기부분은 무치고 잎사귀는 고추장 장떡을 부쳤다. 간을 보는데 목구멍이 알싸해온다.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제대로 말 한 번 못했는데...
어버이날, 누리대 향을 따라 엄마 향한 그리움은 짙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