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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근영 Dec 18. 2017

고구마가 길들인, 돼지고기 김치찜

김치 안 먹는 아이들도 좋아하는 고구마 김치찜


지금껏 세상 구경을 하며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고구마 요리를 먹어보았지만 코 끝이 싸하게 추운 날 호호 입김을 불며 베어 먹는 속 노란 군고구마를 따를 것은 없었다. 고구마 가격이 많이 오른 탓인지, 먹을 게 너무 넘쳐나서 인기가 식은 탓인지 요즘엔 길거리에서 군고구마 장수를 만나기도 쉽지 않다. 나는 유난히 추위를 타는 체질이라 길거리를 걸을 때 장갑을 낀 손을 외투 주머니에 넣고 종종걸음을 걷는다. 그런 내가 구수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군고구마 난로만 보면 발길을 딱 멈추고 주머니에서 손을 꺼낸다.


군고구마가 담긴 종이봉투를 받아 들 때엔 장갑을 벗는다. 뜨거운 고구마 봉투를 맨 손으로 감싸 쥐고 걸으면 고구마의 온기가 그대로 전해져 행복하다. 시원한 동치미 한 그릇 놓고 엄마와 군고구마 나눠먹던 추억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때는 세상 걱정이 없었나. 고구마와 동치미 한 사발에 세상 부러울 것 하나 없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엄마가 곁에 있어 더 행복했었던 것 같다. 하얀 눈이 펑펑 내리니 어릴 적 추억도 떠오르고 온 식구 둘러앉아 먹을 저녁 메뉴를 생각하게 된다. 고구마를 넣은 요리는 어떤 것이 있을까. 묵은지에 고구마와 돼지고기를 넣고 돌돌 말아 쪄낸 김치찜 요리가 생각났다. 작년 김장김치가 아직 남아있어 다행이다.





<집밥에 대한 딴생각>에 나와있는 '고구마가 길들인, 돼지고기 김치찜'은 원 플레이트 요리로 차릴 수 있어 좋다. 이 요리는 먹다 남았을 때의 재활용법 또한 훌륭하다. 남은 김치찜 위에 치즈를 훌훌 뿌려 오븐에서 구워내면 그라탱이 된다. 김치 잘 안 먹던 아이들이 엄청 좋아한다.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취향저격인 요리이다.


[고구마가 길들인, 돼지고기 김치찜


김치찜은 김칫소를 털어내고 만들어도 간이 짭쪼름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밥을 많이 먹게 된다. 탄수화물의 과잉섭취를 막기 위해 김치찜에 고구마를 넣으면 좋다. 밥 양을 줄일 수 있고 굳이 밥과 같이 먹지 않아도 속이 든든하다. 고구마에는 탄수화물뿐만 아니라 칼륨과 섬유소가 풍부하고 다양한 비타민도 들어 있어 고혈압 예방이나 피부 미용에 효과가 있다. 고구마는 깨끗이 씻어서 껍질째 잘라 넣으면 좋다.



김치찜에 고구마를 넣으면 좋은 점이 있다. 김치의 신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대개 설탕을 넣는데 고구마의 당분이 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설탕을 넣은 듯이 김치에 윤기도 반지르르 돈다. 찐 고구마를 먹다 목이 메면 김치를 먹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김치와 고구마는 궁합이 잘 맞는다. 돼지고기 김치찜에 표고버섯까지 넣어주면 돼지고기와도 잘 어우러지고 향도 좋다.



돼지고기 김치찜의 포인트는 보쌈을 하듯이 김치를 하나씩 펼쳐놓고 그 위에 재료를 넣어 싸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찌면 모양도 예쁘지만 남았을 때 재활용하기에도 좋다. 같은 음식 데워서 두 번 먹으면 누구든 지겨워한다. 음식을 재활용할 때에는 변신이 필요하다. 김치찜 위에 치즈를 뿌려 오븐에 한 번 구워내면 그라탱 같은 전혀 다른 음식이 된다. 치즈가 녹은 김치찜은 아이들도 좋아하고 어른들 술안주로도 좋다. 이 요리는 한 번 해 먹으면 중독성이 있어 냉장고에 있는 신김치가 금방 동난다.


재료(4-6인분) :

돼지고기 목살 200g, 익은 김치 1/4포기, 고구마 2개, 마른 표고버섯 6개, 양파 1개, 멸치육수 1.5컵 + 김칫국물 0.5컵(맑은 국물을 원하면 생략한다)

청양고추 1개, 대파 1대, 참기름


만드는 법 :

돼지고기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생강술과 다진 마늘을 넣어 밑간을 한다. 김치는 속을 털어내고 들기름에 살짝 버무려 놓는다. 고구마는 웨지형으로 썬다. 표고는 불려서 한 입 크기로 썰고 양파는 굵게 채 썬다. 김치를 하나 펼치고 거기에 돼지고기, 고구마, 표고를 넣어 말아준다. 채 썬 양파를 냄비 바닥에 깔고 돌돌 말아놓은 김치를 돌려 가며 놓는다. 멸치육수를 붓고 바글바글 끓으면 청양고추와 대파를 넣고 마무리한다.



Memo :

*생강술  

생강은 냉장고에 넣어두면 마르거나 곰팡이가 피어 상한다. 생강 보관법 중 하나가 술에 담가 두는 것이다. 생강 껍질을 벗겨 물기를 잘 닦은 후 채 썰기나 편 썰기를 해 거기에 청주를 부으면 요긴한 생강술이 된다. 고기나 생선 요리를 할 때 채나 편으로 썰어 넣은 생강을 꺼내 쓰면 좋고, 생강향이 우러난 청주는 미림 대신 쓰면 좋다. 고기와 생선의 잡내를 말끔히 잡아 준다.



응용 :

치즈 김치찜

김치 안 먹는 아이들이 늘어단다고 한다. 억지로 먹이지 말고 먹고 싶게 만들어보자. 고구마가 들어간 김치찜은 치즈와 잘 어울린다. 모차렐라 치즈를 듬뿍 뿌려 오븐에 구워내면 쭉쭉 늘어나는 치즈 먹는 재미에 김치찜도 덩달아 좋아하게 된다. 치즈 싫다던 어머님도 좋아하는 요리라 김치찜 만들 때는 양을 넉넉하게 해서 일부러 남겨놓는다. ]

=> <집밥에 대한 딴생각> 46-51 페이지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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