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리지우 Apr 16. 2023

진로 고민이 다시 시작됐다

사직서는 출사표가 아니다

내 첫 입사는 30세가 되던 해였다.  IMF를 겪으면서 졸업이 늦어졌고 어렵게 돈을 모아 유학은 다녀왔지만 경력이 없어 20대에 취직이 어려웠다.


첫 직장은 신의 직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업무 환경이 좋았고 내가 담당하는 일은 전공을 살려 할 수 있는 일이어서 만족스러웠다. 친구들이 부러워했지만 업무가 단조롭다는 이유로 몇 년 뒤 그만뒀다.


두 번째 직장은 해외에서 다녔다. 틀에 박힌 업무가 아니라서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하지만 오랜 해외 생활로 지쳐 갔고 본사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사직서를 제출했다. 당시에 1년간의 휴직 기간을 주겠다는 고마운 제안을 받았지만 도망치듯 퇴사했다.


방황하다


도망치듯 퇴사했으니 내 경우 사직이 출사를 의미하지 않았다.

아무런 준비 없이 나온 조직 밖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퇴사 후 쉬면서 창업을 알아봤고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했지만 없던 아이디어가 몇 번의 참여로 생길 리 만무했다. 무엇보다 '직장인 마인드'가 쉽게 바뀌지 않았다. 얼마 못 가 재취업에 도전했지만 경력이 없어 취직이 안 되던 20대와는 달리 이번에는 경력은 충분하지만 나이가 많아서 받아줄 수 없다고 했다.

그렇게 내 커리어는 30대를 꽉 채우고 끝이 났다. 그나마 결혼을 안 해서 길게 갔다고 본다.


영화로도 나온 <82년생 김지영>을 보면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 때문에 파트타임 일자리를 기웃거리는 장면이 나온다. 결혼하기 전 해왔던 일과 전혀 상관없는 일 앞에서 현실과 타협하기에는 영 마뜩지 않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나 또한 이런 경험이 있다. 여성 일자리 센터를 방문했는데 나이가 많다면서 내 경력과 전혀 관계없는 소일거리를 추천했다. 몸을 돌려 나오는데 얼굴이 화끈거렸다. 


사실, 결혼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만 있는 건 아니다.

내 경우처럼 자발적 퇴사도 있고 회사로부터 정리해고를 당할 수도 있다. 

100세 시대라면서 사회 전반적인 인식은 이를 한참 못 따라가는 것 같다. 40이후 재취업은 녹록지 않고 이는 자영업자가 많아지는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한 가지 직업만으로 살 수 없는 시대


수명이 늘고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없어지면서 우리는 제2의, 제3의 직업을 가져야만 한다. 끊임없이 배워야 하고 진로를 탐색해야 하는데 나이는 먹고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기존의 일자리가 대체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니 불안은 증폭된다.


빅 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박사는 한 강연에서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누군가 나를 고용해 주지 않을까'하며 이력서를 내는 게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진로 고민이 다시 시작됐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만 긴 겨울을 나는 것 같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