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의 시작
새벽 5시, 세상의 소요가 시작되기 직전
매일 모니터 앞에 앉아서,
나를 위한 선을 긋는다.
회사에서 삼켜야 했던 순간들,
인간관계의 미묘한 결을 따라
흐르던 감정들을 조용히 곱씹어보며,
오직 나의 회복을 위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나를 구하기 위해 썼던 글들은 조금씩 모여
어느새 나만의 스토리가 되었고,
정말 감사하게도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공감과 댓글이 하나둘 달릴 때마다
나의 회복도 함께 이루어졌다.
'나 혼자만 이렇게 괴로웠던 게 아니었구나.'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았구나.'
혼자만 유별나서
스스로를 괴롭힌다는 죄책감이
조금씩 옅어지기 시작했다.
누구나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괴로움을 안고,
그럼에도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무언의 억울함을 충분히 잠재워줄 만큼의
큰 위안이었다.
브런치스토리는 그런 나의
비밀스러운 감정 치유 창구였다.
그러던 작년 겨울의 어느 날,
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브런치스토리와 인스타그램에서
연재했던 이야기들을 엮어
책으로 내보자는 제안이었다.
처음엔 스팸인가 싶어서
그 출판사가 실제로 있는 곳인지,
연락처가 진짜인지 여러 번 확인했다.
그만큼 믿기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올해 9월 1일
첫 출간을 하게 되었다.
직장생활을 버티기 위해
숨죽이며 써 내려갔던 문장들은
이제 나에게 새로운 인생을 선물해 주었다.
하루하루를 살아내기 위해 썼던 글들이
이제는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생은 참 어렵다.
그렇게 괴로웠던 삶의 순간들이
또 다른 가능성을
가져다주기도 하는 걸 보면 말이다.
돌아보면 삶이란 결국 꾸준히
무언가를 계속 붙들고 버티는 과정이다.
꾸준함은 늦더라도 작게나마
일상의 또 다른 기적을 만들어낸다.
브런치스토리는 나에게
'꾸준함의 힘'을 믿게 해 준 공간이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다.
그 스토리를 특별하게 해주는 공간이 바로 브런치스토리다.
흩어져 있던 나를 발견하는 것도,
새로운 기회를 얻는 것도,
결국 기록으로
세상과 연결되어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지금 떠오른 생각들을 조용히 남겨보자.
또 누가 아는가.
오늘 무심코 기록한 한 문장이
훗날 나를 전혀 다른 길 위에
세워놓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