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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긋다 Oct 24. 2024

두려움에 지지 않는 방법

두려움 공습경보!



처음 회사에 입사해서 1년이 다돼 가도록

나는 전화 업무를 잘 못하였다.


그 이유는 사무실이 너무 조용하였기 때문이다.

우리 부서는 특히 조용한 편이어서

나의 목소리로 고요한 적막을 깨는 일이

너무나도 부담이 되었다.


키보드와 마우스 누르는 소리가 전부인

이 공간에서 행여나 다른 사람들이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될까 봐

하루종일 전화기를 여러 번 들었나 내려놨다를 반복하고,


오후 늦게나 돼서야

간신히 그날 전화해야 할 일들을 처리하곤 했다.


또한 처음 상대하는 전화기 속의

낯선 이들의 반응도

두려움이 되는 이유 중의 하나였다.


'나의 대화에 비협조적이면 어떡하지?'


'대화하다가 말문이 막혀버리면 너무 창피할 것 같은데..'


전화기를 들기 전 떠오르는

수만 가지 걱정과 불안감으로

예고 없이 불쑥불쑥 울리는 사무실 전화벨 소리는

공포 그 자체였다.


그렇게 1년이 더 지나고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났다.


새로 맡은 업무는

타 부서의 업무 문의가 많은 일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전화 문의가 비일비재하였다.


그날 전화로 문의한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면

야근이라도 해서 다 끝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업무를 숙지해서

실시간으로 전화응대를 신속하게 해야만 했다.


주변 시선을 의식해서

우물쭈물 머뭇거릴 시간은

더 이상 내게 허용되지 않았다.


'지금 당장 처리하지 못하면 야근이야'


오로지 이 생각만이 나를 움직이게 할 뿐이었다.


그렇게 두세 달을 버텼을 때쯤

깨닫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전화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결국엔 어떤 일이든 적응하고

편해지기까지 시간 차이가 있을 뿐,

극복하지 못할 일은 없다는 것을.


부딪치고 깨지면서 경험하다 보면,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먼 훗날 지금처럼 안줏거리 삼아

이야기할 날이 올 거라는 말을

이제는 믿게 되었다.





긋다 (@geut__ta)

회사밖 정글에서 생존하기를

도전하고 있습니다.

진짜 좋아하는 일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씁니다.


https://www.instagram.com/geut__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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