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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긋다 Nov 21. 2024

죽을 만큼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어느 날은..

땅굴 속을 파고 들어가고 싶은 기분이

몇 날며칠 계속될 때가 있다.


안 하면 때려죽인다고 해도

도저히 못하겠는 기분 말이다.


온몸의 의욕은 싹 빠져나가서

바스러질 것 같으면서도


머릿속엔 해야 할 일들로 뒤엉켜

여간 죄스러운 게 아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태연하게 하던 모든 일들이

너무 두렵고 막막하다.


이겨내고 싶은 생각마저

지쳐서 하고 싶지 않을 때는


그냥 막막하게 버둥대는 수밖에 없다.


작년 겨울이

나에게 딱 그랬다.


늘 보던 문서의 글들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고,


잠에 들려하면

온갖 불안한 기분으로

밤새 뒤척이다가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를 시작할 수가 없었다.


이 모든 변화의 원인이


번아웃인지,

우울증인지조차


그 당시 나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내가 도저히 버틸 수 없다는 사실뿐이었다.


회사에는 2달의 병가를 내어

나를 되찾는 시간을 가졌다.


쉼 없이 달리던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지금의 나에게 맞는 속도로

다시 걸어가기로 하였다.


멍하니도 있어보고,

하루종일 유튜브에 빠져있기도 하였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최대한 편안하게 있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다시 무언가가 하고 싶어졌다.


평소 좋아했던 그림을 배우고,

펼쳐보지 않았던 일기장에

다시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하였다.


결국 인생은 그렇게 이어지는 것 같다.


달리다가도

잠시 멈춰서

느리게도 걸어도 보고


느리게 걷다 보면

또 달리고 싶어지는 날이 찾아오게 된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모든 걸 내려놓고 싶다면


잠시 그 공간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다.


도피하는 것이 아니다.


다시 살아내기 위해

에너지를 모으는 시간을 가질 뿐이다.


그리고 내 삶의 속도와 방향이

맞게 가고 있는지

점검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나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니

안심해도 된다.




긋다 (@geut__ta)

회사밖 정글에서 생존하기를

도전하고 있습니다.

진짜 좋아하는 일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씁니다.


https://www.instagram.com/geut__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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