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하지만 경쾌한 11월의 어느 날 아침, 뚝섬 유원지 2번 출구에서 플로깅 프로젝트 다님길(이하 다님길)의 4번째 모임이 열렸다. 다님길은 나루사이 19호 ‘나루의 발견’에 소개된 2분기 작당모의 프로젝트 모임으로, 지역 활동가들이 광진구 거리를 돌아다니며 버려진 쓰레기들을 줍고 정화하는 모임이다.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해 플로깅**까지 도달한 다님길의 4번째 모임! 오늘은 어떤 쓰레기를 줍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살펴보자.
다님길의 트레이드 마크인 형광 노랑 가방과 빨간 집게와 함께 본격적인 쓰레기를 주우러 출동했다. 오늘은 틈새 쓰레기를 공략하는 날. 구석구석 숨어있는 쓰레기들을 더 꼼꼼히 줍기로 다짐한 뒤 간단한 스트레칭 후 플로깅을 시작했다.
이른 아침 탓에 뚝섬유원지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전 날의 흔적들이 남은 담배꽁초, 휴지, 전단지, 각종 크고 작은 쓰레기들이 눈에 띄었다. 담배꽁초가 너무 많다고 혼잣말을 하고 있는데, 다님길 멤버인 은경 님이 원래 플로깅 하면서 가장 많이 줍는 것이 담배꽁초라고 덧붙이셨다. 정말 일 미터 반경으로 담배꽁초가 많이 버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담배꽁초는 꼭 모았다가 휴지통에 버립시다!)
산책로들을 지나 잔디밭으로 이동하니, 돗자리를 펴고 난 자리에 젓가락, 각종 캔, 페트병, 음식, 금속 쓰레기들과 같이 길가보다 더 다양하고 많은 쓰레기들이 나타났다. 이곳에서 전날 혹은 며칠 전 , 삼삼오오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자신도 모르게 쓰레기들을 무심코 두고 갔을 누군가를 상상하니 기분이 씁쓸해졌다.
잔디밭을 빠르게 한바탕 훑고 나니 금방 노란 가방에 쓰레기들이 가득 채워졌다. 이 날은 반려동물과 같이 산책 나온 분들이 많았는데 반려동물이 쓰레기를 밟지 못하게 조심시키는 모습들도 간간이 볼 수 있었다.
이번에 새로 알게된 사실 중에 하나인데, 뚝섬유원지에는 전단지 수거함이 있었다. 뚝섬유원지를 거닐다 전단지에 바닥에 버려져있다면, 전단지를 주어 수거함에 넣어보길 추천드린다.
한시간 남짓한 플로깅 후, 모은 쓰레기들은 분리수거하여 야무지게 묶어 버렸다.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치우는 사람 따로, 버리는 사람 따로 있지 않다. 깨끗한 길은 누군가의 노고가 묻어 있는 길이라는 걸 항상 기억하며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기로 평생 다짐하게 된 날이었다. 반려동물들이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거리, 쓰레기가 있는 거리가 당연시되지 않는 거리, 모두가 눈에 보이는 쓰레기들을 선뜻 주울 수 있는 그 날까지, 오늘도 쓰레기 없는 동네를 꿈꾸는 다님길의 행보를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길 바란다.
▶ 플로깅 프로젝트 다님길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plogging_at_/
*제로웨이스트 : 쓰레기 배출량을 줄여서 숫자 0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하는 라이프 스타일
**플로깅 : 이삭을 줍다(plokka pup)라는 스웨덴어와 조깅(Jogging)의 합성어로 조깅을 하면서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환경보호운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