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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진문화연구소 Sep 06. 2021

무형의 어떤 것들을 담아내는 유형 공간의 필요성

#광진문화연구소 #나루실험실 #기획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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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차 나루실험실 회의 때 여러 지역 문화 사례를 공유하다가 다양한 공유 공간이 존재하는 '후암동'을 방문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지역 문화나 공유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자주 들었던 동네이다. 많이 들어 봤지만 서울에 한 평생 살면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활동을 계기로 후암동에 처음 방문하였다. (코로나로 인해 모두가 같이 가보지는 못하고 개인별로 방문하기로 하였다.)


후암동 방문에 앞서 온라인으로 공유 공간을 주제로 강연을 듣게 되었다. 근데 우연히도 후암연립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도시공감 협동조합 건축사사무소'(이하 '도시공감') 소장님의 강연을 듣게 되었다. '도시공감' 팀의 주요 활동은 '건축'이다. 사람들의 주거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건축을 시작하였지만, 주거 부분은 시간과 자본이 많이 들어가 관련된 다른 커뮤니티 공간에 주목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탄생한 게 '후암연립'이다. '후암연립'은 '도시공감'에서 진행하는 로컬 브랜드을 아우르는 말이다. 후암동에 대해 알아가기 위해 기록물을 저장한 '후암노트'를 시작으로 '후암주방', '후암서재', '후암거실', '후암별채'까지 다양한 공유 공간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한다.

그 중 '후암별채'라는 곳에 관심이 많이 갔다. 기존에 보지 못했던 1인 목욕탕이었다. 도시공감에서 처음에 이곳을 코인 빨래방으로 만들려고 했으나 주위에 있는 동네 세탁소를 고려해 오롯이 한 사람을 위한 1인 쉼터가 되었다고 한다. 목욕을 곁들인 1인 쉼터인 곳이다. 심신이 지쳐 있는 요즘, 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공유 공간 탐방 겸 후암 별채를 방문하려고 했으나, 하루에 한 명씩만 받는, 생각보다 치열한 예약 경쟁 속에 예약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 다음으로 관심이 갔던 '후암거실'을 예약하게 되었다. 말 그대로 우리 동네에 있는 공유 거실이었다. 이곳에서는 휴식을 취하고 또 영화도 관람할 수 있다고 한다.

오전 9시에 '후암연립'에 도착했다. '후암거실'은 '후암연립' 3층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후암연립'에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도어록 비밀번호를 누르고 입장했다. 부지런하게 카페 문을 열러 온 바리스타가 된 기분이었다. 옆으로 난 계단을 올라 3층에 도착하니 남산 타워가 보이는 시원한 뷰가 눈앞에 펼쳐졌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아니지만, 동네에 이런 멋진 공간이 있다니! 감탄을 머금고 공간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간식은 물론 홈시어터까지 정말 거실과 같이 내부가 꾸며져 있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소파의 느낌에 바로 잠을 청해버렸다. 한 30분 정도 자고 일어나 보고 싶었던 영화를 관람했다. 최근 많은 일이 벌어져 지쳐가던 일상에 잠시나마 쉴 수 있는, 힐링이 되는 순간이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주위가 조용하여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푹~ 쉬고 나니 동네 이곳저곳이 둘러보고 싶어졌다. '후암거실'을 나와 길을 따라 걸으니 '후암노트'가 나왔다. 하지만 전시를 준비하는지 열려 있지 않았다. 그리고 또 길을 따라 걷다 보니 '후암주방'이라는 공간이 나왔다. 젊은 부부가 음식을 만들면서 브이로그를 찍고 계신 것 같았다. 그리고 또다시 길을 따라 천천히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져 근처 식당으로 들어가 늦은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는 동안에도 비가 그치지 않아 다시 '후암연립'으로 향하였다. 커피를 받아들고 위층에 올라 창밖을 내다보니, 평일 오후에도 동네는 한산하였다. 그리고 카페 2층에도 사람이 없었다. 오랜만에 혼자서 카페에 앉아 비오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니 멍해지면서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뭔가 힐링이 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다 문득 테이블을 바라보았는데 책이 있었다.


책과 색연필이 놓여있었다. 책을 펼치고 안을 살펴보니 카페를 방문했던 손님들이 적어 놓은 글이나 그림들이 있었다. 동네에 거주하거나, 다른 지역에서 놀러 오거나, 장거리 연애를 하시는 분 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나도 한껏 센티해져 힐링을 되었다는 글귀 옆에 나도 힐링이 됐다는 짧은 댓글을 남겼다.


무형의 어떤 것들을 담아내는 유형의 공간


후암동에 여러 공유 공간들을 둘러보기 위해서 후암동을 방문했는데 뜻하지 않게 힐링을 하고 갔다. 동네 사람들을 비롯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거실과 함께 추억을 쌓아 나갈 수 있는 주방. 그리고 여유를 부리며 느긋하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 '도시공감'은 '후암연립'을 지역 공동체를 위한 프로젝트라기 보다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 공간 운영에 초점을 둔 사업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후암연립'의 공간들은 외부인과 내부인(동네 거주민들)이 한데 어울려 함께 공유하는 공간, 어쩌다 공동체가 되어버린 공유 공간의 느낌이 들었다. 다시 한번 '공간'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 시간이었다. 무형의 어떤 것들을 담아내는 유형의 공간이 있어야 지역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우리 광진구라는 동네에도 '후암연립'과 같은 동네가 거실이 되는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다. ( 홍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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