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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방학이 얼마 남지 않은 8월의 늦자락. 토요일 오전 서점 ‘책방열음’ 에서 아이들이 아침부터 열심히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보게 되었다. 7세부터 초등학교 3학년 사이의 아이들이 직접 작가가 되어 나만의 그림책을 한 권 제작한다는 <나루 아틀리에 - 나만의 그림책 만들기> 프로그램의 내용을 보고 머리 속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있다.
나만을 위한 그림책을
만들어 본 적이 있었던가
"우리는 살면서 한번이라도 오직 나만을 위한 그림책을 만들어 본 적이 있었던가?" 초등학교 6학년, 13세가 되었을 때, 이제 나는 어른이 되었다는 착각을 하며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13을 영어로 하면 thirteen인데, 드디어 내 나이를 말할 때 -teen이 붙는 십대의 대열에 들어섰다는 뿌듯함 때문에 그랬던 것이다. 그저 십대 청소년이 되었을 뿐인데 말이다. 어른이 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세상 모든 일을 내 마음대로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짐작 때문이었다. 성인이 되어 다시 생각해보니 그 짐작의 어느 정도는 사실이지만, 어째 내 마음 속 하고 싶은 이야기를 표현하기에는 더 어려워졌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이들이 털어놓고 싶은 자신만의 특별한 이야기는 무엇일까 궁금해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공간으로 들어갔다. 계단을 내려가는데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프로그램의 2회차였다. 1회차에서는 자신이 만들게 될 그림책의 주인공, 등장인물 그리고 스토리를 정했다고 한다. 오늘 프로그램의 내용은 크게 3가지로 이루어져있었다. 먼저,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전 손풀기 드로잉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그 다음, 각자 좋아하는 그림책을 소개하고 마지막으로 지난 회차에서 정한 요소들을 바탕으로 그림책에 들어갈 그림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매 회차마다 다양한 재료들을 사용해보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한 적절한 도구를 찾는 법을 배워가고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책을 소개하는 시간에 아이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좋아하는 책들이 많아 한 권만 가져오기 너무나 힘들었다”고 했다. 아이들이 가장 몰입을 잘하는 시간은 역시나 자신이 직접 짠 스토리를 바탕으로 그림을 그릴 때였다. 키우는 고양이, 상상 속 동물 등을 소재로 하여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좋아하는 책들이 많아
한 권만 가져오기 너무나 힘들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초등학교 1학년, 2학년, 4학년 학생들로 구성되어있다. 작가님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각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작업을 진행해나가는 데에 무리가 없도록 도움을 주시며 지도해주신다. 이미 아이들은 저마다의 속도를 가지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담긴 작업을 하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만의 그림책 만들기'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장소인 책방열음은 광진구 광장동에 위치한 서점이다. 주로 독립 출판물 판매 및 책과 관련된 소모임 또는 행사를 진행하며, 서점의 이름처럼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카페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언제나 활짝 열린 공간에서 남은 기간 동안 아이들이 세상에 한 권 뿐인 그림책을 직접 만들어보며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껏 표현해보면 좋겠다. (글 권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