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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진문화연구소 Jul 19. 2019

[7호] 나루생활사_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




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



 아주 어릴 적부터 내 곁엔 동물들이 있었다. 강아지, 고양이뿐만 아니라 새, 햄스터, 물고기 등 여러 동물들이 내 곁에 있다가 떠났다. 뉴스를 제외하고는 TV를 잘 보지 않는 지금도, 내가 유일하게 꾸준히 시청중인 프로그램은 다름 아닌 ‘SBS TV동물농장’이다. 또한 국내, 해외를 막론하고 강아지, 고양이, 호랑이, 범고래 등 동물이 나오는 영화는 거의 모두 섭렵한 것 같다. 한국형 온라인 강좌인 K-MOOC를 통해 ‘반려동물과 행복 나눔’이라는 강좌를 듣기도 했다. 왜 이토록 동물들이 사랑스럽고, 동물들을 보면 행복한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초등학생 때 TV동물농장에서 보호센터에서 유기동물 봉사를 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어른이 되면 저렇게 동물을 돌보아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보통은 유기동물 봉사를 하고는 싶은데, 신청하는 방법을 몰라 못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도 그랬다. 재작년 겨울, 학교 선배님께 유기동물 봉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알고 보니 선배님께서 창설했던 동아리가 바로 ‘쿠니멀’이었고, 바로 입부하게 되었다. ‘쿠니멀’은 건국대학교(KU)+동물(Animal)의 약자로 유기동물을 위해 봉사하는 동아리다. 처음에는 소규모 봉사 모임으로 결성되어 점점 인원수가 많아져 동아리가 되었고, 이번에 건국대학교를 대표하는 중앙동아리가 되었다. 


 사람들은 ‘봉사’라는 단어를 들으면 보통 ‘희생’과 같은 부정적인 단어를 떠올리곤 하는데, 나는 ‘행복’, ‘기쁨’처럼 긍정적인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쿠니멀이 주로 가는 보호소는 김포에 있는 아지네마을과 서울에 있는 천사의 집이다. 보호소에 가보면 알겠지만, 여기 있는 아이들은 모두 천사 같은 아이들뿐이다. 사람에게 버림받고 저마다의 아픈 사정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 손길을 너무나 좋아하고 사랑스럽다. 봉사를 하며 벅찬 순간들이 많았다. 눈도 뜨지 못한 아기 강아지들이 봉사를 하러 올 때마다 폭풍 성장을 하는 것, 보신탕 집을 탈출해 보호소에 오게 되어 사람 손길을 거부하던 아이가 천천히 손길을 허락해줬던 것. 봉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몸은 지쳐있으나 마음은 점점 더 풍족해졌다. 주변 사람들이 유기견 봉사가 힘들지 않느냐고 물으면 나는 이렇게 답한다. 무료로 애견카페에 다녀온 기분이라고.


 유기동물의 문제는 그 동안 계속 있어왔다. 광진구 길거리 혹은 건국대학교 교내만 보아도 집이 없어서 떠도는 강아지, 고양이들을 종종 발견된다. 최근에도 학교 근처를 떠돌던 강아지 한 마리가 발견되었다고 하여 한밤중에 찾아 다니기도 했다. 그 아이는 나중에 결국 임시 보호소로 가게 되었다고 들었다. 주인의 실수로 인해 원치 않았던 결과일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의도적인 유기가 많다. 조사에 따르면, 사랑해 마지않던 반려동물이 유기되는 이유는 매우 단순했다. 아이가 나이 들어 병에 걸리거나 커져서, 예전처럼 귀엽지 않아서, 호기심에 샀으나 관리하는 게 귀찮아져서, 돈과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해서 등의 이유였다. 동물보호센터 입소동물 중 47.3%는 하늘나라로 간다. 그리고 국내 유기동물 보호 관리법 등 제도가 잘 되어있지 않다 보니, 일반인들이 민간 보호소에서 임시보호를 하고, 발생하는 비용을 전부 부담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경제적으로 반려동물을 부담하기 어려워진 가정에 사료비용을 주에서 지급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국가 보호소에서 보호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더 큰 사회적 비용이 생기기 때문이다. 


 유기동물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돈일까? 물론 현실적으로 경제적인 것도 매우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유기동물에 대한 동물보호법이 개선되어야 하며, 유기동물들에 대한 사람들의 안 좋은 시선을 바꾸어야 한다. 그들도 마음이 있다는 것을, 구매했다가 마음대로 버릴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보호소에 가면 아이들의 표정이 어둡기 그지없다. 그런데 같은 아이가 새로운 주인을 만나 사랑을 받게 되면 표정이 마치 웃는 것처럼 변하는 것을 보았다. 따뜻한 손길이 그들에게 얼마나 용기가 되고, 그 한 번의 관심이 기적을 만들 수 있다는 것 또한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안다윤 | 쿠니멀 회장

건국대학교 유기동물 봉사동아리 ‘쿠니멀’ 회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해외 집짓기 봉사, 교내 연탄봉사, 유기동물 봉사 등을 통해 다른 이의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쁨을 나누고싶은 학생입니다. 동물들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마음’이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

Instagram : kunimal_ / e-mail : kudayun3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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