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by 고시환
DSCF1882.jpg
DSCF1879.jpg

몇년 전 이제 나이들어 어느 정도 아이들도 자리를 잡아가고 나면

은퇴를 해서 어디서 살아 볼까를 아내와 이야기하기 시작했을 땐

주로 외국이었다

말레이시아의 은퇴이민비자에 대해

태국의 치앙마이가 좋다는 누군가의 말에

스페인의 친구로 부터 나이들어 함께 살자는 말에

나이들어 나가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구나 하는 마음에

1년에 몇주정도는 나가서 그 나라에 머물러 보기도 하곤 했었지만

나도 아내도 여기다 마음이 와 닫는 곳은 없었던 듯

병원이 있는 곳이 아무래도 대치동

전후좌우 어디를 보아도 학원들이다

특히 바로 옆에는 대형 재수학원

그 중 많은 수는 지방에서 올라와 고시원이나 자취를 주로 한다

물론, 일부는 학원에서 주어지는 학사에도 머물지만

부모의 손길을 떠난 아직은 어린 친구들

딸과도 아들과도 같아 1주에 2번정도는 출장나가 아이들을 돌보아 주었었고

독감철에는 무료접종도 했던 것이

아마도 누군가의 눈에는 좋지 않게 보였나보다

병원을 떠나 외부에서의 진료도, 또 무료접종대상이 아님에도 무료접종도

모두가 다 의료법 위반

내가 잘 못한게 맞기에 잘 못에 대한 처분엔 이의를 달 수도 달기도 싫었다

오히려 그 덕분에 2달간의 병원 정지를 먹어 좀 모양은 그럴지 몰라도

아마도 그렇듯 긴 휴가는 생애 처음이었던 듯

아내와 그 간 가고 싶었던 동유럽이나 지인들을 찾아 다녀보면서

한 창 이 나라를 이젠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할 때였기에 은퇴 이민지를 찾았던 시절

아웅다웅하는 것이야 어느 곳이든 다 같겠지만

내 나라, 나와 인연을 이래 저래 가진 사람들속에서의

부딪김은 이젠 좀 많이 나를 지치게 하기에 떠나고 싶었었다

요 몇년은

아내와 주말이면 가벼운 차림으로 길을 나선다

때로는 남녁땅 저 끝에도 가보고

때로는 동쪽 산자락속의 마을도

강진, 담양, 광양, 영광, 순천의 외곽, 풍기, 영주, 소백산자락에 앉은 작은 마을들

내 고향 공주와 곁의 부여도 그 중 하나로 리스트에 하나 둘씩 올려본다

언젠가 시간이 허락되어지면

한 달살기로 한 곳씩 살아보며 맘이 여기야 하는 곳에서

자리를 잡기로

번잡하지 않고, 우선 땅값이 좀 편해서 부담이 적은 곳

인심과 사람들과의 대화가 편한 곳

산과 계곡이 가까워 멀리 갈 필요없이 쉴 곳을 얻을 수 있는 곳

그런 곳을 찾아보는 시간들도 재미나다

지난 주 다녀온 풍기

부석사

오래전, 아이들이 어릴 적엔 자주 다니던 곳인데

딸아이도 부석사 주차장에서 자전거를 배웠고

입구에 놓은 부석사 가는길의 푯말

바이러스로 인해서일까?

인적이 끊긴 산사

그 고요함

아이러니하게도 바이러스 덕에 맑은 하늘을 보고

많은 인파속에서 풀려나고

시냇가, 강가엔 물고기가 돌아오고

삶속엔 의도하지 못했던 여백을 얻는 듯도 싶다

무언가를 이기려함보다

왜?

바이러스가 화가 났을까를

그를 달랠수 있는 것도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 될텐데

이기기보다

우리의 달라짐, 마스크보다는 생활과 문화의 달라짐을 생각해봐야할 때가

우리들에게 바이러스를 통해 전해주려함은 아닐까?

돌아오는 길에 나그네의 옷을 벗기기 위한 햇님과 바람의 경쟁이 떠오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