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전쟁

by 고시환
KakaoTalk_20200830_205541044_011.jpg
common.jpg
4151098.jpg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마는 끝내 오지 않았다'

'하얀눈이 내려 마을은 눈앞에서 점점 깨끗해지기만 하는데, 세상은 날이 갈수록 자꾸만 더 어수선해졌고

........ 마을은 순한 개처럼 웅크려 엎드린 채로 눈 앞에 다가오는 죽음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안정효의 '은마는 오지 않는다'의 한 부분 문장이다


안정효의 소설은 은마는 오지 않는다에서도 그러했고,

미늘에서도 그러했듯, 침울함속에 현실을 담아

가슴에 안겨 버려 떠나지 않는 조각들을 남겨둔다


영화로도 제작된 두 소설

'은마는 오지 않는다'

'하얀전쟁'


최근 특별한 미늘을 다시 읽어 보다,

그냥 이유없이 하얀전쟁을 보고 싶어 찾아 다운받아 보았다


오래된 영화라 그런가?

아니면, 이젠 잊혀진 영화이고 역사라?

아니면, 잊고 싶은 영화이야기라 그러한 것일까?

찾기도 어려웠지만, 가격대도 싸다... 웬지 그게 더 초라하게 느껴진다

하긴,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너무 쉽게 찾고 나니 허탈하긴 했지만


안성기와 이경영의 젊은 시절의 모습

아니, 이경영은 젊었다기 보다 어린 청년시절의 모습이라 해야 더 옳을 듯

아마도, 지금의 중후한 모습에 보이는 풍채와 목소리, 연기에 익숙해 있다면

하얀전쟁속 이경영의 모습은 많이 낯설을 듯도 싶다


전쟁

우습게도 다른 곳의 전쟁은 누군가에겐 커다란 기회가 되곤한다

우리의 전쟁이 일본에게 그러했고,

월남전이 우리에게 그러했듯,


하얀전쟁의 표지엔

'이 세상의 어떤 이념이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안식과

사랑과 인간성을 희생시켜도 좋을 만큼 숭고하다는 말인가'

적혀있다


아마도, 하얀전쟁은 우리영화계에서 제작된 당시로는 매우 드문

아니 처음이었던가?

'반전영화'가 아니었을까 싶다.


하얀전쟁은 많은 분들이 이미 알듯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한다

아직은 가난했던 시절, 파병은 일종의 인력 수출의 의미도 가지고 있었을 듯


주인공 한기주(안성기분), 그는 영화속 초기의 유쾌로웠음을

귀국후 잃은 뒤 사회의 부적응자로 아혼과 아팠지만 전쟁을 글로 써서 먹고 산다


하지만, 전쟁에 대한 글을 쓸 수록 더 견디기 힘든 아픔에 쓸 수 없어지니

출판사로 부터의 질타와 따돌림을 당하며

하루 하루를 술로서 살기보다 버티던 삶을 살아간다

스스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아픔이기에 주변의 이해를 구할 수도 없다


또 다른 주인공 변진수(이경영분)는 영화초기 베트남전에 파병된

어리버리한, 지금으로 보면 고문관과도 같았던 병사

하지만, 어리버리해도 순수하고 착함만을 보여주던 그도 돌아와서는

사회 부적응자로 정신이상자가 된다


유머러스하고, 허풍이 심하던 전희식(김세준분)은 어느날 애인의 편지를 받지만

그 녀는 오랜 기다림속에 부모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한다 이별의 소식


그들은 귀국전 마지막 전투에 투입이 되지만,

그 마지막 전투속에서 베트콩으로 오인한 양민들에 대한 학살

죽은 엄마곁에서의 아이의 울음


그들앞에 놓인 마지막 전투는 가혹했고

본대로 부터 작전용으로 버려지다 시피 베트콩의 본거지를 위한

희생양이었음을 알지만 결과는 소대원들의 대규모 희생


돌아온 것은 결국 한기수와 변진수뿐


전투를 나가기 전 마지막 전투후 집으로 가져갈

TV, 카메라, 라디오 등을 챙기는 소대원과 달리

분대장 김문기(독고영재)는 미제 권총 한자루면 된다며 이를 소중히 곁에 두지만

그도, 그의 여동생 사라(심혜진분)의 사진만을 남긴채 돌아오지 못한다


사라의 사진과 김문기의 권총을 간직한 채 돌아온 변진수

미군부터 스트립퍼로 일해 먹고 살아야했던 사라


은마는 오지 않는다를 떠올리게 한다


분대장의 여동생 사라의 곁에서 근근히 살아가는 변진수지만

그는 몸만이 왔을 뿐 그의 혼은 아직 대원들과 머물렀던

그 시간 그 전쟁의 죽음과 울부짖음이 끊이지 않던

바로 그 자리에서 돌아오지 못한 채 맴돌기만 하는 삶


그가 찾은 한기수

그에게 권총을 보낸다

한기수는 거리에서 받은 권총으로 변지수를 대원들 곁으로 보내준다

그 때서야 변지수의 표정은 억지 웃음, 어색한 웃음이 아닌

행복이 담긴, 편한 웃음으로 떠나며 영화는 마쳐진다


전쟁

합법적 살인이 허용 된 공간

역사의 시간속에 전쟁이 없었던 시기가 있었을까?

작고, 큰 전쟁도 때론 일방적인 학살수준의 전쟁들


어쩌면, 우린 총칼이 아니라해도 삶자체 속에 이미 그 대상들은

서로 다양하게 다를지라도 지금 이 순간에도

서로의 방식으로 다양하게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매거진의 이전글너의 이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