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수지가 떠나갔다. 1일째는 그렇게 끝나나보다
빈 침대, 속이 얋팍하게 들은 듯 만듯한 베개를 애써 품에 안고 남은 체온을 지켜보려한다
움직이기가 싫지만, 전화기가 울린다
나가야하나보다.
여기가 어딜까?
나가며 물어봐야겠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옷을 벗은 순서반대로 입고 내려오니 있어야할 카운터에 주인이 보이지를 않는다
그렇다고 소리내어 불러 찾은 마음은 없어 문을 열고 나와 차를 세워둔 곳으로 걸어가며 보니 신흥역이란 푯말이 보인다. 그러고 보면 그리 멀리도 오지 못했었나 보다. 어묵을 팔던 곳 옆에 고구마를 파시는 분이 새로 자리를 잡으셨다. 항아리에서 구운 고구마라 뭐가 다르다고 써 놓은 듯한대 글이 너무 많아 읽는 건 포기하고 몇개의 고구마를 샀다. 배도 고프지 않고, 전혀 고구마에 대한 유혹도 느끼지 않았건만 모락모락 올라오는 항아리위의 김에 이끌려 좌대에 놓인 몇개를 봉투에 담아 가슴에 안아보니 따스함이 좋다
세워둔 차의 조수석에 앉았다.
앉아 의자를 뒤로 하고 고구마를 가슴에 품고 잠이 들었다
잠이란 참 좋은거라는걸 너무 늦게 알은 듯도 싶다
잘 때는 내가 없다
그냥 자면 된다
꿈속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은 그냥 깨고 나면 없던 일들일 뿐
한 때는 죽으면 지겹게 잘 잠인 것을 뭘 그리들 자려하나, 세상속엔 해야할 일, 할 일들이 너무도 많은 것을 잠으로 버린다 말했더니, 누군가가 한 답이 오히려 맞았던 듯 싶다. 오늘 먹지 못한 한 끼는 평생 다시 찾아 먹지 못하듯, 오늘 못잔 잠은 죽는다해서 찾아 잘 수 있는게 아니라던 말
얼마나 잤을까?
중년의 외로움은 말로의 설명은 추해진다
아니, 외로움보다 지난 시간들에 대한 회한과 사람들과 사회속에서 얽혔던 사연들에 대한 나 자신에 대한 혼동이기에 어떤 설명도 아마 가능하지 못하게 아닐까?
설명이 어렵듯, 이해도 어렵고, 누군가의 도움도 아마 가능한 것이 아닌 부분들도 많을 듯하다
그냥 이 시간, 나 스스로가 뭔지도 모를 것들에 대한 것을 찾기 전에는 공허함속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운 시기인지도 모르겠다
운전석으로 옳겨 시동을 거니 시동을 끄기 전 듣던 음악이 이어 나온다
아마도 라디오가 아닌 CD를 들으며 왔었나보다
다행이다. 내 좋아하는 곡이 나온다.
차를 몰아 다행히 한가로운 도로를 달려 직진을 해 본다
남한산성이 나오고 나니 이제 부터는 아는 길이다
자주 다니던 길중 하나, 이 길로 직진하면 경기도 광주를 통해 퇴촌으로 들어설텐대
오늘이 1일
2일을 만들 인연을 그려 본게 언제였던지 기억해 보려한다
그러고 보니, 대학시절 우습게 연애아닌 연애를 하고, 나 스스로의 삶이라고 지금 생각해보니 아닌 듯이 살아왔던건 아닌지, 그 2일이란 의미가 너무도 생소하게 느껴진다. 내게 오늘은 2일째야를 말할 관계가 있었던가?
단 몇분
그 몇분이 준 연인의 느낌이 1일차를 전해줬다
고구마의 따스함이 2일차일까?
음악의 볼륨을 높이니 운전석이 울린다
길의 한 곳에 차를 세우고 창문을 열고 음악을 들으며 이미 식은 고구마를 내려보니
그 안에 내가 보이는 듯하다
식어가는 고구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