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드니 내 앞 친구가 바로 거울이구나

by 고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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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의 모습들은 어느덧

삶의 세월 속 변해가며

얼굴에든 주름만큼이나 머릿속 마음속의

깊이도 어둡게 쌓여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제 친구들과 나누던 두런두런 술자리

학교에서

대기업에서

공무원으로 들 나름의 인생 목표를 채웠지만

자리를 떠난 뒤의 모습들에서는

피곤함과 지난 시절이 만든 공백에

허탈 들해서인지

지난 이야기들이 많다


어쩌다 어제의 화제는 내 이야기가 돼버렸었다

넌 그리 수업도 들어가지 않고

인문계열의 본인들과 그때 어찌 그리도

어울리면서 다니고도 졸업을 했냐

그러니 늬가 돌팔이지부터 시작해서


1학년부터 3-4년간 어디를 가든

옆에 함께 했었던 요즘 말로의 여사친이야기도

그 친구는 유학을 가고

난 본과 생활에 쫓기면서 자연스레 멀어졌었는데

만약 지금과도 같이 이메일이나

지구의 반대 저쪽이 멀지 않게 느껴졌다면

우리의 모습은 달라져 있을까?


그 친구는 돌아와

대학교수 생활을 하면서 종종 연락을 주고받지만

만나보지는 못했다


내 시험 때면 필통 속 펜들을 다 새것으로 바꾸어 놓아주던

식당을 가면 내 먹을 것도 본인이 택해 주문해야만 했던

자장면을 먹을 때면 본인이 비벼주어야만 했던


생각해 보면 추억도 많던 시절

메밀국수를 처음으로 종로 3가 뒷골목에서

주문을 했었지만 어찌 먹는지를 몰라

국수 따로 국물 따로 먹었던 기억도 ^^


비엔나커피를 주문하고는

거품을 그대로 마셔야 하는지

저어서 섞어 마셔야 하는지


화신백화점 옆 골목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던

포장마차 중 한 곳이 단골이어서

그녀의 우동국수 국물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면

아주머니께서 서비스로 떠 주시던 홍합과 국물


서로의 집이 반대 방향이라

늦은 시간 그녀의 집에 내려주고

거의 막차로 돌아오곤 했었는데


그런 소년이 반백의 나이들이 돼서 옛이야기를 한다

친구의 얼굴이 거울일 테니

내 앞 그의 모습이 내 모습이겠구나 싶은 생각에


비 때문일까?

오랜만의 어제 술 한 잔 때문일까?


맘도 몸도

늘어지는 일요일에

습관처럼 빈 종이에 붓을 들어보고

자판을 두드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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