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뭔가 판단하고 정해야할 때면
숨는 버릇이 어렸을 때부터 있었던 듯하다
문과 이과를 정할때
학교 도서관아래의 유도관에 머물었다
대학을 정할 때도 동네 만화가게에서 몇일을 나오지 않았었던 듯
철이 조금 덜어 나이가 먹은 뒤에는
빈 영화관에 혼자 앉아 있었고
더 나이가 들어서 병원을 개원하고는
우면동의 예술의 전당을 찾아 아무 공연이나 빈자리에
앉아 있고는 했었다
만약에...
대학시절 함께 했던 여자사람친구가
유학을 떠날 때 기다려달라했다면?
아니, 그녀가 말을 하지 않았다해도 내가 기다렸다면
대학 4년을 함께 했다는 것은
많은 부분들에서
서로의 관심사도
대화도
또 추구하는 것도 유사함이 많았다는 걸 의미하는 거겠지?
돌아와 한 대학의 교수로 있다는 그 친구
함께 했던 대학시절의 도서서클팀들이
언젠가 모이자 했지만
선뜻 나가게 되지를 않는 이유는 또 뭘까?
내가 그때 그 들과 공유했던 것들에서
너무 벗어나서 일까?
아니면, 벗어난 삶을 사는 그 들을 볼 용기가 없는걸까?
만약에...
그 때 내 선택이 달랐었다면
내 삶과 내 가족, 내 환경들이 많이도 달라져 있겠지?
만약에...
인생에서 만약에가 통할 수 있다면?
난 또 다시 고민속에 놓여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