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의 그를, 나이 들어 갑작스레 융을 다시 접하게 된다
가을이란 계절이 생각을 주는 건지
아니면 내 나이가 생각을 반강제로 안겨주는 건지
잡념, 망상
답 없는 생각들이 자꾸만 나를 찾는다
그러다 보니 걷는 시간들이 길어진다
오전진료가 없는 월요일 아침
이젠 눈을 뜨면 어두운 거리를 나서서
앞산을 오른다
1시간여를 오르고 나니 내 뒤로 해다 뜨는지
앞으로 내 그림자가 보인다
대학시절 융을 좋아했었다
콤플렉스라는 의미를 완성시킨 융
젊어서는 사실 내 가는 길이 어떤 길인가를 생각하기보다
가기에 바빴었다
지금의 나이가 되고 나니 가지 않았던 길
아니, 이젠 갈 수 없는 길에 대한 생각들이 많아지는 것일지
대학시절을 돌아보면 콤플렉스 덩어리였었던 듯
나 자신의 콤플렉스는 나를 외부에서 숨게 만들고
또 언제부터인가는 내가 나 아닌 상태로 살게 했었던 듯
죽은 자들의 신, 어둠의 신, 저승의 지배자 하데스
하데스가 지배하는 곳은 흔히 말하는 지옥이 아닌
지상의 이 곳과 지옥의 사이
어둠의 지하 속이라 한다
융은 이를 우리의 그림자라 해석하기도
바로 하데스는 양극을 말한다
긍정과 부정
니체의 짜라투스트라가 가졌던 것도 바로 이러한 양극성
어둠 뒤에 밝음
죽음 뒤의 탄생
겨울 뒤의 봄
동일한 것의 영원회귀
짜라투스트라는 모두가 다 이러한 내 몸과 그림자 안의 양면성
영원하게 도는 회귀성으로 인해 모두는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무덤으로 가고, 그 꿈이 자신을 배반했다는 쓰라림을 안은 채
많은 이들이 평온하지 못하게 마지막 잠을 이루며
그림자와 하나가 된다 했던가?
내 가는 길이 어딘지 몰랐던 젊은 시절
평생을 같이 해 온 내 그림자는 나를 쫒아온것이었는지
융은 그 답을 오히려 묻는다
그림자를 의식하면서 쫓아간 것은 아니었냐고
그랬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