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초록색 어닝에도 봄비가 내리는데
타닥타닥하는 소리가 흡사 나무 타는 소리같아서
예전 캠핑장에서 불을 피웠던 걸 생각하면서
불을 보며 갑갑해 했던 나도 같이 끄집어냈다
무엇때문에 갑갑해했나도 떠올려 보려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생각나지 않아서
별 것도 아닌 일로 끙끙댔냐고 스스로 가볍게 꾸짖고
다시 타닥타닥 소리를 듣고 있었다
듣고 있으니
이제껏 이 좋은 타닥타닥을 듣지 않고
별 중요치도 않은 생각만 심각한 척 하고 있었단 걸 깨닫고는
한심하다 중얼거리는데
지금 이 짓도 한심한 짓거리란 걸 다시 깨닫고
비로소 타닥타닥을 제대로 듣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