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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달래 May 26. 2024

앵두따다 입에 물고

아버지 8주기 24년 5월 26일


담장에 앵두가 소북하게 열려있다.

어릴 적 아빠가 따주시던 생각이 난다

그땐 키가 작아서 아빠가 따주셨다.



더구나 아빠는 마당 한편에 얼키설키 닭장 같은 막사 안에 각종 닭과 오골계가 복작대고 2.3층 토끼장에는 오물거리는 빨간 눈을 가진 백색, 흑색토끼가 있었다.




어릴 땐 냄새도 나고 무섭기도 해서 무슨 이유로  가축들과  한마당을 써야 하는지 몰랐는데 나중에 생각하니 그들에게서 얻어지는 거리 등이 이유였음을 알았다. 먹을 것을 매일 시

장으로 사러 갈 수 없으니 말이다. 



아빠의 두 손은 늘 흙투성이였고 지문이 닳아 없을 정도로 일을 하셔야 했다.

텃밭에는 채소들을 심고 앵두 자두 매실나무에서 열매들이 열리는 걸 아빠 덕분에 보고 자랐다.


매일 풀 뽑고 돌멩이를 추려서 던지고... 허리를 굽혔다 폈다를  수도 없이 하셨다.

그 밭은 원래 자갈밭이었다

아빠가 공고 선생님이 되시기 전까지 군예편 후 몇 년은 시골에서 밥을 먹고살아야 했기에 많은 고생을 하셨다.


어느 날 탉 한 마리가 텃밭에서 무엇인가를 신나게 콕콕 부리로 쪼아대는 걸 보았다.

자세히 다가가니 검붉은 15센티 정도 되는 지네를 쪼아대고 있다. 나는 그 지네가 불쌍하기도 하고 여러 발 달린 독지네가 닭의 발이라도 물어뜯을까 봐 무서워 도망을 쳤다. 다행히 닭은 저녁이 되어도 무사히 두 발로 걸어 다녔다



저녁에 아빠한테 본 것을 말씀드렸더니 아빠는

"지네와 닭은 천적이고 상극이야. 둘은 서로 죽이려고 하지."

"지네가 닭을 물어요?"

"지네는 닭의 뼈를 좋아해  여러 마리가 뼈로 모여들어 진을 빨아먹지."

"둘이는 어쩌다가 사이가 나빠졌지?"

아빠는,

"닭의 경우는 본능적인 습관으로, 지네의 경우는 모자란 영양분이 풍부한 닭의 뼈가 최고의 먹이이기 때문에 달려들다 보니 사이가 나빠졌어."

라고 하셨다.


알쏭달쏭한 이야기를 듣다가 처마 밑에 지네가 여러 마리  매달려 말라 가는 걸 보았다.

"아빠 지네 말려서 뭐 하시게요?"

나는 대자로 뻗어 햇빛에 몸을 노출시킨 지네가 불쌍해서 여쭸다.

"아빠가 젊었을 때교통사고로 허리가 안 좋아서 닭 하고 고아먹으면 좋다고 해서.."

닭 하고 지네하고 서로 사이가 안 좋은데 같이 넣고 삶으면 뼈에 좋다고 하는 아빠가 말씀민간요법은 정말 맞는 걸까?


아빠는 그 뒤로도 여러 번 그렇게 약처럼 해 드시고 허리 수술 안 받으시고 돌아가실 때까지 꼿꼿하게 지내셨다. 효험이 있었던 것일까?


아빠의 8주기가  5월 26 오늘이다.

5월이 되니 생각이 더 난다.

아빠가 계셨더라면 흙을 좋아하시던 아빠는 이곳을 맘에 들어하셨을 텐데...


"아빠, 아빠가 저를 건강하게 낳고 키워주셔서 이렇게 아프지 않고 잘 살고 있습니다. 아빠도 그곳에서 평안하게 쉬고 계시죠?"



앵두를 내 손으로 따다보니 아빠 생각이 나서 울컥합니다.


보고 싶습니다.


아 부 지


담벼락에 앵두가 다닥다닥 탐스럽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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