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다.
현실은 막막하고
자욱한 안개에 가려 앞이 보이지 않을 때.
그때는 꿈이라도 좋으니 미래의 내가 나에게 와줬으면 하고 바라본다.
와서 별다른 말을 해달라는 건 아니다.
그저.
이 말을 해주고 스스로 토닥토닥 해줬으면 한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아주 옛날 날 힘들게 했던 그 사건들과 미웠던 당사자들이
전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 것처럼.
그저 흐릿한 허상처럼
“아. 그때 힘들었었지. 하지만 잘했어. 넌 다 잘 이겨냈잖아.”
이런 생각만 남는 것처럼.
나쁜 일은 살면서 늘 일어난다.
누구나 그렇다.
그런 일을 겪었을 때 조금 아프고, 오뚜기처럼 벌떡 일어나 이겨낼 힘을 가질 수 있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조금은 이기적으로 굴어도 괜찮을 거 같다.
나는 예전에 웹툰 중에 <유미의 세포들>을 참 좋아했었다.
그게 왜 좋았냐면.
세상에 혼자만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날.
그때 수백, 수십만의 내 세포들은 내 안에서 나만을 열렬히 응원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좋았다.
내 행복을 위해 이 녀석들이 안 보이는 곳에서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정작 본체를 움직이는 내가 침울해져서는 되겠나.
별것도 아닌 일에 유독 작아지고 자신감이 없어졌을 때.
이렇게 중얼거리며 다른 일, 다른 생각에 몰입하면 된다.
어쩌면 아주 머나먼 광년 뒤에서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를 응원하며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나라도 나의 열렬한 팬이 되어 열심히 응원하고 덕질 해보자.
물론 미래의 내가 꿈에 나와, 6개의 숫자를 알려준다면 더 좋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