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대소동

by 도토리룸



어릴 때 유난히 코피를 많이 흘렸어요.

피아노 학원에서 후드득 떨어지는 코피에 선생님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고

길 걷다 코피를 흘려서 지나가는 아주머니를 당황하게 했어요.


그 누구보다 가장 놀란 건 엄마였습니다.

아침마다 코피가 나 코에 긴 휴지를 끼우고 한 손에는 여분용 휴지를 챙겨 가는 저를 보고

엄마는 또 매번 연근 조림을 만들고 한약을 주문했었어요.

어릴 때 연근 조림이 지긋지긋할 정도로 너무 싫었는데

지금은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습니다.


어릴 때 저만큼은 아니지만 컨디션이 안 좋거나 열이 나는 날에는

코피를 쏟는 어린이를 보며 마음이 쓰라렸습니다.

혹시나 날 닮으면 어쩌나 걱정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새벽에 아이를 깨워 더운물에 샤워를 시키고

맨질맨질한 얼굴을 쓰다듬었습니다.


엄마의 걱정하는 마음은 하나도 모르고.

쌍코피 흘린 무용담을 친구들에게 전파하는 씩씩한 어린이였습니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05화피스 앤드 택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