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유난히 코피를 많이 흘렸어요.
피아노 학원에서 후드득 떨어지는 코피에 선생님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고
길 걷다 코피를 흘려서 지나가는 아주머니를 당황하게 했어요.
그 누구보다 가장 놀란 건 엄마였습니다.
아침마다 코피가 나 코에 긴 휴지를 끼우고 한 손에는 여분용 휴지를 챙겨 가는 저를 보고
엄마는 또 매번 연근 조림을 만들고 한약을 주문했었어요.
어릴 때 연근 조림이 지긋지긋할 정도로 너무 싫었는데
지금은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습니다.
어릴 때 저만큼은 아니지만 컨디션이 안 좋거나 열이 나는 날에는
코피를 쏟는 어린이를 보며 마음이 쓰라렸습니다.
혹시나 날 닮으면 어쩌나 걱정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새벽에 아이를 깨워 더운물에 샤워를 시키고
맨질맨질한 얼굴을 쓰다듬었습니다.
엄마의 걱정하는 마음은 하나도 모르고.
쌍코피 흘린 무용담을 친구들에게 전파하는 씩씩한 어린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