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내 친구 이뭉치
뭉치는 내가 만난 강아지 중에서 '영특'한 강아지로는
두 번째 강아지다.
아쉽게도 첫 번째는 계속 언급하고 있는
비글 '쨔몽'이가 영광을 차지한다.
바우를 보낸 후 우리 집에는 한동안 강아지를 키우지 않았다.
물론 '강아지 한정' 마음이 약한 아빠가 이삿짐 이후에
만나게 되는 '버려지는 강아지'들을 잠시 데리고 있기도 했다.
이삿짐센터를 운영하셨던 아빠는 종종 이사 현장에서,
혼자 버려지는 강아지들을 만나게 되었다.
주로 해외이주를 하게 되는 집들의 이삿짐 현장에서
처치가 곤란해진 강아지들을 데리고 오는 것이
아빠의 몫이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집은 현재 불리는 '임시보호'를 한 것이다.
그렇게 거쳐간 강아지들이 몇 마리 있었다.
짜몽이 역시 그런 강아지 중 하나였고
우리 집에 머물게 되었다.
짜몽이의 정체(?)를 알기 위해
동물병원에 데려갔었는데, 추정나이는 6-7살이었다.
이미 출산을 여러 번 겪은 친구라는 것을 알려주셨다.
이사 가던 집에 짜몽이의 수상 경력들도 있었는데,
아마 지금 와서 추측하건대 짜몽이는 교배를 시켜서 새끼를 분양하는
브리더의 어미견이지 않았을까 싶다.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다던, 짜몽이는 정말 영리했다.
말을 정말 다 알아듣는 것처럼, 행동했다.
기본적인 예의범절은 물론이거니와, 사랑이 많은 강아지였다.
한 번은 둑길을 건너 엄마의 가게까지 산책을 한 적이 있었다.
한 40분 넘게 걸리는 거리였는데,
줄이 풀렸던 짜몽이가 혼자서 가게를 찾아왔다.
그렇게 여러 번이나 엄마의 가게를 찾아간 영특한 강아지였다.
마당에 묶어놓았던 짜몽이는 줄이 자주 풀렸었는데
오빠와 나는 짜몽이가 스스로 '줄을 푼 것 같다.'는 추측을 했다.
짜몽이라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었다.
아무튼 그 외에도 짜몽이는 그렇게 자주 출타를 즐기셨고,
밥 먹을 시간이 되어서 알아서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실내에서 기르고 싶었지만,
그 당시 '강아지는 집 안에 들여놓아서는 아니 된다.'는 할머니의
불호령이 있었기에 짜몽이는 마당 생활을 전전했어야 했다.
그렇지만 덕분에 짜몽이는 실컷 출타를 했고, 자유로운 생활을 했다.
집에 고라니가 와도 멧돼지가 찾아와도
용감하고 영리한 짜몽이는 결코 물러서지 않았고 우리 집을 지켰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나 너무 추운 날 외에는 집안으로 들어올 수 없었는데
집안으로 들어와도 짜몽이는 할머니의 눈치를 살피며 얌전히 지냈다.
그렇게 영특하고 용감했던 짜몽이는
심장사상충에 걸렸고 노견의 나이로 우리 곁을 떠났다.
내가 중1 때 짜몽이가 우리 집에 와서,
대학교 1학년 때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두 번째 영특한 강아지 '뭉치'를 만나게 된 것이다.
쨔몽이를 그렇게 보낸 이후 우리 가정은 슬픔에 빠졌고
다시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기로 했다.
그렇기에 나에게 있어 도련님으로 만나게 된 '뭉치'는 많은 의미가 있는 친구였다.
뭉치를 볼 때면, 짜몽이 생각이 났고
짜몽이에게 못해주었던 것들이 많이 생각났다.
짜몽이를 보냈던 슬픔이 컸기에
뭉치도 언젠가 보내고 나면 상실감이 크겠다고
벌써부터 이별의 무게를 재는 연습을 하던 나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뭉치와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좋은 것'들만 뭉치에게 주자고 마음먹게 했다.
특히 뭉치의 그 초롱초롱한 눈빛은 언제나
많은 감정이 일어나게 한다.
뭉치는 기본적으로 자기의 '의사표현'이 분명한 강아지다.
실외배변을 하기 때문에 신호가 올 때면 뒷마당으로
나갈 수 있는 출입문을 벅벅 긁어댄다.
산책을 하러 갈 때는 목줄을 하고 싶지 않아서 도망치고
산책을 하던 도중 자기가 원하는 곳에 가지 않으면,
그 길목에 아주 망부석처럼 앉아서 여간 고집을 부리는 것이 아니다.
또 옷을 입히거나 몸에 무언가를 걸치는 순간 그 즉시 '얼음'이 된다.
소위 말해 '삐친다.'
나는 강아지가 옷을 입혀놨다고 삐지는 것은 처음 겪어 보는 광경이었는데,
옷을 입히거나 모자 같은 걸 걸쳐놓으면 한동안 움직이지 않고
심술을 부린다. 금방 벗겨주지 않으면 특이한 소리를 내면서 자신의 '언짢음'을 표현한다.
또 먹고 싶은 간식이 있다면, 간식이 있는 냉장고를 벅벅 긁어대었고
화장실에 있는 나를 보고 싶다고 문을 열라고 문을 벅벅 긁어댄다.
먹는 것도 좋아하는 것 외에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싫어하는 것을 입에 넣어주면 바로 뱉는 그야말로 줏대 있는 강아지다.
특히 뭉치는 앞발을 '손'처럼 사용하는 강아지인데
이 손은 주로 자신의 감정표현을 할 때 사용된다.
자신을 만져라 할 때도 앞발로 툭툭 치고,
놀아달라고 할 때도 장난감을 물어온 뒤에 툭툭 친다.
원하는 것들이 있으면 뭉치는 모든지 손으로 의사를 표현한다.
그래서 나는 뭉치를 '천재견'이라고 불렀다.
진짜 천재 같았다고 느꼈다.
간식을 어디에 숨겨둬도 바로 찾고,
숨바꼭질도 가능한 강아지고
자신의 의사표현도 분명한 강아지이니
우리 뭉치는 영특한 강아지인 것이 틀림없다.
물론 유튜브를 보다 보니
한글도 읽을 줄 알고, 공구도 가져오고, 메뉴판도 가져오는
강아지들이 있긴 하던데....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한다고
내 세계에서 뭉치는 천재견이고 영특한 강아지인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인지 뭉치는 나와 감정을 교류해 주는
소중한 친구가 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