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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y Sep 03. 2021

9/3 금요일 아침

오늘은 등교지도를 하는 날이다. 8시 25분까지 출근을 해야하는데 아침을 챙겨먹다보니 25분이 되어서야 관사를 나섰다. 관사를 나서니 하늘이 파아랗게, 구름은 뭉게뭉게 하얗게, 나무는 좀 더 초록색으로 변해있었다. 그리고 산. 이 마을을 가득 안아서 지켜주고 있는 이 산. 산이 있었다. 산을 눈에 담고 후다닥 출근을 한다. 열다섯 명의 학생 중 세 명은 이미 와서 체온을 적어놓았다. 학생들이 오고 선생님들이 온다. 다들 체온을 재는 기계 앞에 서고, 수고하신다 라든가 안녕하세요와 같은 인사를 한다. 앞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학생 B가 온다. 어깨가 구부정한 B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아이 같다. B에게 좋은 아침이라며 인사를 건다. B는 힐끗 날 보더니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이윽고 강아지같은 여학생 네 명이 우르르 온다. 내게 말을 걸고 싶어서 눈치를 본다. 눈이 예쁜 아이 C가 '선생님 오늘 영어 들었어요?' 묻는다. '영어 수업 오늘 없어'라고 하니 '와!'하며 교실로 올라간다. 아이들이 모두 등교를 하고 자원봉사를 하러 오시는 할머니 세 명이 학교에 도착하셨다. 다들 하늘색 부직포 가방을 드셨길래 "어머 무슨 가방을 이렇게 들고 다니세요?"하며 말을 걸었다. 단발 펌을 한 할머니가 내게 "선생님이여? 옥수수 줄까?" 하며 노란 찰 옥수수를 꺼내신다. 이곳 옥수수는 아침에 따서 삶기 때문에 당도가 매우 높다. 감사히 옥수수를 받아들고 교무실로 와서 옥수수 두개를 반을 쪼개 접시에 담았다. 하얀색 접시에 담긴 옅은 노란색 옥수수. 초록색 산. 하늘색 하늘. 하얀색 구름. 노란색 옥수수. 나는 지금 작고 산 속에 있는 아름다운 마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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