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제 눈썹을 못 봐요.

너무 가까우면 잘 안 보이나 봐요.

by 끼리
아휴.. 한번 들어봐 봐.


그렇게 말을 꺼낸 그는

무거워 보이는 온갖 짐을 옆에 두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잔 주문하고는

한참을 얘기했다.


괜찮아 보이는 듯 하지만

괜찮아 보이지 않았던 표정.


웃는 얼굴이지만

웃지는 않았던 얼굴.


한참을 얘기했지만

얘기하지 않았던 말까지.


얘기를 한참이나 들었지만

얘기하지 못했던 마음을 더욱 느꼈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얘기를 들었다.


그러곤 시원했던 잔을 모두 비워버리고는

조금은 가벼워진 모습으로

문을 열고 나갔다.


그렇게 잔을 정리하고

테이블을 닦고

불을 끄고

가벼운 가방을 들고

불을 끄고

문을 닫고 나갔다.


터벅터벅.


무겁지도 않은 짐을 든

발걸음이 어찌나 무거운지

큰길까지 나가는 짧은 길조차

걷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지루한 시간을 지나

집에 와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보니


괜찮아 보이지 않는 표정

웃지 못하는 얼굴

말하지 못한 답답함이

제 눈썹 위에 올려져 있었나 보다.


눈꺼풀이 무거운 게

자꾸만 감긴다.


내 눈썹은

누구에게 보이려나


떠지지 않는 눈을 안고

잠자리에 들어가

눈을 감아본다.

keyword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