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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경재 Jun 02. 2023

앙(仰) 이목구심서 30

두 번째 코로나가 쏘아 올린 공

두 번째 코로나가 쏘아 올린 공


오늘 코로나에 다시 사로잡혔다.

엔데믹이 시작되었다는데 내게는 또다시 시작이다.

불과 작년 2월에 처음으로 확진이 되었고 일 년여 만에 다시 만나게 되니 이제 연례행사가 되어버렸다.

아침에 일어나 가지고 있던 간이검사 키트로 자가 검사를 했다. 불안함이 엄습해 왔다. 어쩌면 지금의 평범이 날카로운 이빨을 내밀어  나를 물어뜯을 것만 같았다. 액을 몇 방울 떨어뜨리자 `T`에 바로 줄이 들어왔다. 정상이라면 이곳을 지나 `C`에만 줄이 있어야 한다. 공포의 두 줄이 나온 것이다.


요양원에 근무하기에 그동안 5차까지 예방접종을 다 해왔으므로 괜찮을 줄 알았는데 또다시 코로나라니.

혹시나 자가킷트 오류일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읍내 일반병원을 찾아갔다. 장날이라 손님이 붐볕다. 그중 몇몇 손님 중에 코로나로 온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아직 코로나는 끝난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코로나 양성입니다"

의사는  판결을 내리는 법관처럼 딱딱한 로 뭉친 망치로 내 머리를 두드리며 선포했다. 혹시나 싶어 아내도 같이 검사를 받았는 데 다행히 음성이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미안한 맘으로 회사 부서장에게 전화를 해 이 사실을 알렸다. 몸으로 때워야 하는 업무이기에 한 사람의 결원은 다른 누군가가 반드시 메워야 한다. 그래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그동안 다른 직원 결원 시에 나 자신도 그랬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직원들은 서로를 보며 "내 몸이 내 것이 아니니 몸 관리 잘해야 한다"라고 입버릇처럼 하곤 했었다.

어쩔 수 없이 격리되어야 했다. 고령의 어르신들을 모시려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방역수칙이 달라졌단다.

5월까지만 해도 7일 의무 격리에다 공가가 적용되었는데, 이제는 기간이 5일로 줄었으며 격리조차 의무가 아닌 선택이라는 거였다. 그러나 나 같은 경우는 요양원이라는 특수성에 격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이다. 5일 격리를 하되 개인 연가를 써야 한다고 말한다. 하루아침에 규정이 바뀌어 손해 아닌 손해를 보게 되었다. 시설에서도 마땅한 규정이 없고 따로 지침도 내려오지 않아 정부지침대로 한단다.

"어쩔 수 없지요. 회사방침에 따르겠습니다"하고 말할 뿐이다.


요즘 많이 피곤한 몸상태였다.

직장에서 퇴근을 하면 책을 보고 글을 쓰고, 또 쓴 글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가며 퇴고하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자연히 집중하다 보면 체력도 소모되고 잠드는 시간도 늦어졌다.


나의 하루는 글 쓰는 날과 글 쓰지 않은 날로 구분된다. 글을 생산해 낸 하루는 잘 산 하루이다. 의미 있는 일을 한 창조의 날이다.

글을 쓰고 난 후의 만족감과 성취감은 창조주의 그것과 조금은 닮았으리라.


그러나 반대로 그렇지 못한 날은 글감을 찾으려 예민하게 주위를 살펴야 했다.

그만큼 스트레스도 쌓였던 것이다.

이렇게 근근이 이어가듯 몇 달을 지내다가 결국 코로나 바이러스의 눈에 띄었고 그의 숙주가 돼버린 것이다.


오히려 좋은 기회다.

코로나가 하늘 높이 쏘아 올린 뜻하지 않은 선물이다.

낙하하는 공을 받거나 거부하는 것은 자유다. 누구의 강요도 억압도 없다.

이제부터 당분간 외출을 하지 않는다.

몸과 마음을 직장과 사회에서 떼어내 쉬련다.

일을 잊으련다.

아내가 끼니때마다 따로 식사를 가져다주는 서비스도 받아보련다. 

미안하지만 방에 누워 이런저런 심부름도 시켜볼 작정이다.

그리고 그동안 책꽂이에서 하품만 하던 <에덴의 용>을 꺼내 눈 맞춤도 해야겠다. 

그러다가 문득 문장들이 뛰어들기라도 하면 마구마구 받아 넣어야겠다.


코로나.

인간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괴물이지만 상처 뒤에 더 단단해지는 나무처럼 받아들이는 이의 자세에 따라 각자가 달리 반응한다.

놔버리든지, 붙잡든지, 아니면 그냥 멍하게 있든지.


이 격리의 시간에 나의 정신과 생각은 오히려 자유롭다.

아픔이 체질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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