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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경재 May 01. 2024

해쌀 식탁

시간(詩間) 있으세요?

# 해쌀 식탁


이삼일 비 내려 배고픈 산하

골짜기마다 배곯는 소리가 마을에 흘러들고

햇살 쏟아지는 어느 아침     

마당에 앉아 해쌀(햇살) 알갱이 줍고 있어


하나라도 더 담고 싶어져

몸 주머니를 공작처럼 부풀려요

     

주머니에 담기는 해쌀은 새뜻하여

비눗방울처럼 손에 쥐면

와르르 무너질까 봐

주머니 안에 가만히 누이지요

     

감나무 이파리가 성큼 자랐어요 그가

가진 입을 모두 열어 누에처럼

해쌀을 베어 고 있어요

넉넉하고 바지런한 조찬이지요    


몸 작은 나도 잎을 벌려 한 움큼

해쌀을 씹기 시작해요

평소보다 오래오래

해쌀 차려진 식탁에 앉아있어요


나무처럼 팔을 늘이고

이파리는 하늘에 내놓고

제일 먼저

아침 의 해쌀 식탁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지저귐 듣고 싶어요


이파리 뒤 잎맥처럼

해쌀 먹으며 살고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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