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 인내심원?

앙(仰) 이목구심서Ⅲ -17

by 강경재


성심원의 상징과 같은 분이다.

수많은 방송과 매체에 의해 조명을 받아 이미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분이 바로 스페인 출신의 유의배 알로이시오 신부님이다.


어제 휴무일이었는데 마침 유신부님께서 집에 들르셨다.

"저 요즘 매일매일 교육받고 있어요"

외국인 특유의 파도치는 듯한 억양을 숨기지 못하시며 하하하 웃으신다.


정남이*는 발달장애가 있는 이십 대 청년이다.

특별히 유신부님을 잘 따르고, 신부님도 매일 함께 산책도 하고 매점에 들러 간식을 사 주곤 하는 친밀한 사이가 된 지 오래다.

신부님의 집무실이 인애원 2층에 있는데 정남이가 최근에 가까운 방으로 이동을 하면서 자주 찾아온다고 한다.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수시로, 제집 드나들듯이 들어온단다.

몇 번이라야 괜찮다고 하지만 수시로 드나들게 되니 업무에 지장을 줄 수밖에ᆢ.


"그래서 성심 인애원이 아니라 성심 인내심원이라고 불러야 하겠어요."


성심 인내심원.

참을 인(忍)을 배우는 곳이라는 말씀이다.

이는 농담처럼 하였지만 그만큼 요즘 힘들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신 말이리라.

성인처럼 살아오신 신부님도 정남이를 통해 참는 걸 배운다고 하시는 말씀을 듣고나니 마음속으로 적잖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신부님도 희로애락이라는 감정이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구나.

신부님도 힘들고 싫어, 회피하고 싶은 현실들이 있구나.

어쩌면 신부심도 순간 넘어지려 할 때마다 고통스러워하셨나 보다.

그러면서도 드러나지 않게 이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과 여전히 싸우고 계시는구나.'


이런 생각들이 머리에 스치자 신부님이 갑자기 더 가깝게 느껴지고 친근함마저 마음에 가득 차 올랐다.

한 인간으로나 수도자로서 완숙기인 팔십의 나이와 또, 성인처럼 평생을 수도자로 살아오신 분에게조차 자기감정과의 싸움이 괴롭다는 점은 내게 큰 위로와 동질감을 심어 주었다.


유신부님은 이어서 말씀하신다.

"그러나 제일 힘든 것은 수도생활이에요"

"공동체생활이 가장 어려워요"


조금 전보다 더 놀라운 말씀이었다.

'같은 믿음을 가지고, 선한 마음이 모여 사는 곳인데요?'하고 반문할 뻔하였다.


한동안 혼란스러웠지만 이내 사람 사는 곳은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피를 나눈 가족마저 뜻이 맞지 않고 불화가 있기도 한다.

하물며 성격과 생각이 다른 남남이 만나 한 공간에서 오래 지내다 보면 불화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세상의 공동체들은 불협화음에도 기도와 인내 안에서 해결책을 찾아왔다.


은총이 많은 곳에 유혹도 그만큼 많다고 한다.

깨끗하고 바르게 걸어가려는 수도자라 오히려 현실의 장애물이 많을 수밖에 없겠다.

세상살이가 어렵게만 느껴지는 것은 나름대로의 길을 가고자 하기 때문이고, 어쩌면 그 길을 잘 걸어가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자위를 해본다.


내가 보기에 유신부님은 진정한 자유인이다.

진정 행복한 사람이다.

오늘도 신부님은 맨발에 슬리퍼로 성심원을 종횡무진 누비고 계신다.



※ "정남"이는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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