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장에 나가 그동안 키워오던 토끼 세 마리를 팔았다.
이른 시간이라 장이 아직 서지 않았고 가축 트럭도 보이지 않았다.
한동안 기다리다 보니 마침내 장사 트럭이 왔고 나는 강아지와 성견 몇 마리를 팔고 있는 '아줌마'사장에게 토끼를 팔고 싶다고 물었다.
풀만 먹여 삼 년을 키운 거라고 자랑스럽게 이력을 늘어놨다.
듣고 있던 '아줌마'사장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요즘은 거래가 거의 없어요. 거기다 나는 아예 토끼는 키우지도 않아요."
그래도 난 거듭거듭 이번에 정리를 해야 하니 사 주십사고 부탁조로 얘기를 했다.
(여기서부터 주객이, 갑을이 바뀌는 것인가)
"마리당 오천 원이요"
너무 터무니없는 가격이었다.
만원도 아니고ᆢ, 새끼도 아닌 데ᆢ, 최소한 일 년 이상 삼 년 정도 키운 애들인 데 정말이지 말이 안 되었다.
만원씩이라도 달라고 흥정을 시작했다. 그랬더니 '아줌마'사장은 남편에게 전화를 하더니 가격을 다시 한번 묻고는 이내 끊는다.
"오천 원이 아니면 살 수 없어요"
하고 최후통첩을 한다.
아~, 내가 졌다.
애초에 둔하고 어리숙해 보이는 내가 어찌 여우 같이 지혜로운 장사꾼을 상대할 수 있을까.
달랑 만오천 원을 받고 세 마리를 넘겨주었다.
누런 마대자루에 넣어진 토끼 중 한 마리가 샛노랗게 오줌을 싸 놓았다.
그게 토끼의 눈물로 보였다.
내 마음도 착잡해져 발길을 돌리는 내내 뒤통수가 따끔거렸다.
'그래 잘 가거라. 토끼들아! 이게 우리의 운명이다.'
집에 돌아와 낡고 칙칙해진 토끼장을 철거하였다.
얼마 전 냄새난다고 술에 달뜬 이웃의 민원이 발생하였던 터라 항상 신경이 쓰였었다.
흘러내리는 땀이 눈을 따갑게 찌르는 것을 참아내며 앞으로는 동물들을 키우지 말자고 마음먹는다.
잠깐 왔다가는 생명들에 정 붙이지 말자고 다짐한다.
수북하던 토끼똥은 텃밭에 뿌리고 땅을 뒤엎어 거름이 되라고 묻어두었다.
이렇게 며칠이 지나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쌀쌀한 오후다.
갑작스레 그놈들의 안부가 궁금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