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갤러리 「살과 뼈, 그리고 피」

Turning Point : 축제는 시작되었다

□ 살과 뼈, 그리고 피 (20171203)
- Turning Point : 축제는 시작되었다.

◇ 저만치 돌실나이 건물 4층에 박 작가님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 모습이 사뭇 작가라기보다 도시의 사냥꾼, 바에서 칵테일 한 잔 마시는 고독을 즐기려는 사내로 보였다.

1, 2층을 지나 3층, 이번 전시 테마이기도 한 '살과 뼈'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박 작가님의 작품을 마주했다. 섬뜩하고 아팠다. 잘린 목, 우울한 눈망울, 폐부, 갈비뼈... 살덩어리... 모든 부위에 피가 맺혀있다...

살짝 기가 눌린 느낌으로 4층으로 이어진 전시실로 갔다. 작가님은 아주 온화하게 따스하게 맞아주셨다. 1년 반 만의 만남.
이윤진 작가 전시 때 보고 처음이었는데
편안한 모습이었다.

나 / 작가님, 그때 슬슬 그림을 시작하실 거라 하셨는데 진짜 이렇게 만나 뵙네요.

박 작가님 / 그러네요. 겁도 없이 개인전 준비하면서 몇 개월 만에 그린 작품들이에요.

나/ 그러실 것 같아요. 순식간에 힘찬 필치로 그리셨을 것 같은...

◇◇ 커피를 한 잔 나누며 그림 얘기와 더불어 작가님이 딴 일을 하시다가 작가의 길로 들어선 이야기를 들었다.
좀 돌아오긴 했지만 이제 딱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 4층의 작품들은 다양했다. 성소수자의 모습, 변기와 똥, 호박꽃, 벗은 얼굴... 섬, 얼어붙은 산...
그런데 하나같이 쓸쓸하면서 아름답다,
심지어 따뜻하다.

다시 3층으로 가서 폐부, 갈비뼈 같은 그림들을 보았다. 더 이상 무섭지도 섬뜩하지도 않았다. 다만, 고였던 피가 다시 도는 느낌... 힘껏,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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