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힘 : 양철 지붕에 대하여, 안도현
슬레이트 지붕 밑에서 먹던 홍탁이 생각 남
□ 양철 지붕에 대하여 / 안도현
양철 지붕이 그렁거린다,라고 쓰면
그럼 바람이 불어서겠지,라고
그저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삶이란,
버선처럼 뒤집어볼수록 실밥이 많은 것
나는 수없이 양철 지붕을 두드리는
빗방울이었으나
실은, 두드렸으나 스며들지 못하고 사라진
빗소리였으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절실한 사랑이 나에게도 있었다
양철 지붕을 이해하려면
오래 빗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맨 처음 양철 지붕을 얹을 때
날아가지 않으려고
몸에 가장 많이 못 자국을 두른 양철이
그놈이 가장 많이 상처 입고 가장 많이
녹슬어 그렁거린다는 것을
너는 눈치채야 한다
그러니까 사랑한다는 말은 증발하기
쉬우므로
쉽게 꺼내지 말 것
너를 위해 나도 녹슬어가고 싶다, 라든지
비 온 뒤에 햇볕 쪽으로 먼저 몸을 말리려고
뒤척이지는 않겠다, 라든지
그래, 우리 사이에는 은유가 좀 필요한 것.
아니냐?
생각해봐
한쪽 면이 뜨거워지면
그 뒷면도 함께 뜨거워지는 게 양철 지붕이란다
ㄴ
◇ 안국역 '홍어와 탁주' 집 리모델링 전에 비 오는 날, 슬레이트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홍어를 먹은 적이 있다.
깨소금, 고춧가루와 섞은 곤소금에 홍어 한 점찍어먹고 미나리 무침을 먹으면,
싸하게 코를 통해, 입 안으로, 머리끝에서, 가슴속까지 펑 뚫리며 번져오던 식감...
거기에 탁주를 한 사발 들이키면, 찌르르 퍼져오던 취기...
그때, 술맛을 알아버렸다.
"캬~!" 왠지 술 한 잔이 생각나는 詩!
-2014' 페북에 올렸던 글